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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잇단 ‘프로포폴 사고’가 위험한 이유…부작용 발생시 목숨 위협
<사진>프로포폴은 마취 유도ㆍ회복 효과가 가장 빨라 널리 사용되지만 부작용을 조심해야 한다. 지난 5월 오염된 주사제 사용으로 환자 29명에게 집단 패혈증을 야기시킨 서울 강남 지역의 한 피부과 모습. [연합뉴스]

-3대 수면마취제 미다졸람ㆍ케타민ㆍ프로포폴
-프로포폴, 마취 유도ㆍ회복 빨라 많이 사용돼
-“법정 시설ㆍ마취과 전문의 갖춘 병원서 써야”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마약류로 분류되는 수면 유도제를 맞기 위해 전국 수십곳의 병원을 찾아다니며 진료를 받은 뒤 진료비를 내지 않고 도망친 30대가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모(36) 씨는 올해 2~7월 서울, 경기, 경남 등 전국 각지를 떠돌며 병원 48곳에서 수면내시경 검사, 항문ㆍ침술ㆍ도수 치료 등을 받은 뒤 도망쳐 2100만 원에 달하는 병원비를 지불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진료받은 병원 중 22곳에서 수면 유도제인 향정신성 의약품 프로포폴과 아네폴을 투약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 씨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최근 송치했다.

위 사례 같은 프로포폴 관련 사건ㆍ사고는 거의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서울 강남 지역의 한 피부과에서 프로포폴 주사제를 맞은 환자 29명이 전원이 집단 패혈증을 앓기도 했다. 빠른 시간 내 마취가 가능해 수술이나 간단한 검사 시 자주 사용되는 프로포폴. 그러나 의료계 일각에서는 각종 사건ㆍ사고로 사용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보관ㆍ사용만 정확하게 한다면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용이한 마취제라는 것이 전문의들의 의견이다.

수면 유도제(수면 마취제)의 종류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프로포폴과 미다졸람, 케타민이다. 미다졸람는 중추신경을 억제하는 수면 유도제다. 진통 작용이 거의 없거나, 있어도 아주 약한 대신 망각 효과가 뛰어나다.

검사를 받을 때 통증을 느끼는 데도 검사를 받고 나면 통증을 잊어 다음 수술이나 검사 때 불안과 두려움을 감소시켜 준다. 진정ㆍ기억 상실 효과 외에 적정 혈중 농도에 도달했을 때 음주를 한 듯 편안하고 이완된 효과가 나타난다. 심혈관계 억제 효과는 적은 편이나 혈압이 소폭 감소될 수 있고, 다량 투여 시 호흡을 억제시켜 무호흡에 이를 수 있다.

케타민은 수면 마취 시 성인에게 단독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드물지만 미다졸람이나 프로포폴과 같이 쓰면 보다 탁월한 진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호흡 억제가 적어 기도 유지에 용이하며 진통 작용이 있다는 장점이 있다. 뇌혈류와 뇌압을 증가시켜 뇌혈관 질환이나 간질이 있는 환자에서 사용이 제한된다. 다만 심박수ㆍ혈압 상승 효과가 있고 다량 투여시 심근 억제 효과가 있어, 관상동맥 질환자나 고혈압 환자에 사용하기 부적절하다.

미국에서는 우울증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긴 하지만, 남용ㆍ오용 시 부작용으로 환각, 망상, 악몽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성인에게는 소아보다 이런 부작용이 흔한데, 이것이 케타민을 단독으로 사용하기 꺼려지는 이유라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반면 프로포폴은 정맥으로 투여되는 수면 유도제다. 주로 수면내시경이나 간단한 시술ㆍ성형수술의 마취제로 쓰인다. 다른 마취제보다 마취 유도ㆍ회복이 빠르다는 특징이 있다. 아이디병원의 이혜진 원장(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은 “프로포폴은 정상 성인 기준으로 간에서 대사가 되더라도 체내에 남지 않고 소변으로 모두 빠져 나오며, 다른 마취제와 달리 오심, 구토를 일으키지 않아 환자도 의사도 부담 없는 마취제”라고 했다.

하지만 과량 투여되거나 중독 등으로 오남용하면 일시적 호흡 억제, 저혈압 등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고, 심한 경우 호흡이 정지되면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는 전신 마취 후 합병증만큼이나 위험하다. 세계적 팝스타 마이클 잭슨의 사인도 프로포폴 오남용이었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2009년 통제물질로 지정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1년 2월부터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중점관리품목 마약류로 지정했다. 환각 증상, 무호흡 등 심각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마약에 비해 중독성이 약하다는 이유로 마약류나 향정신성 의약품에서 제외되었다가, 일부 환자와 병의원에서 오남용, 부작용 사례가 속출해 지정 관리됐다.

이 원장은 “프로포폴은 향정신성 의약품이기 때문에 반드시 잠금 장치가 있는 곳에 일반 약품과 구별해 보관해야 한다”며 “사용 전 용기에 표기된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유통기한이 지난 약물은 즉시 폐기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프로포폴은 대두유(콩기름), 정제란 인지질(난황) 등이 함유된 제형의 특성상 외부에 노출될 경우 세균 번식의 위험성이 크다”며 “2~25도 환경에서 밀봉 상태로 보관하고 개봉 후 6시간 이내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잔량은 모두 폐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프로포폴의 사용상 주의사항에는 ‘마취과에서 수련 받은 사람에 의해 투여하고 환자의 기도 유지를 위한 장치, 인공호흡ㆍ산소 공급을 위한 시설, 즉각적 심혈관계 소생술의 실시가 가능한 시설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일부 병ㆍ의원에서는 경영상 어려움, 의료진 원가 절감 등의 이유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상주 대신 일반 전문의, 간호사, 간호조무사가 투여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12년 기준 병ㆍ의원급 프로포폴의 사용은 국내 공급량의 63%를 차지했다. 이 중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거의 없는 동네 의원의 비율은 46%나 됐다.

아이디병원의 박상훈 대표원장(성형외과 전문의)은 “프로포폴은 마취 깊이의 조절이 쉽고 마취로부터의 회복이 빨라 내시경, 성형외과 시술ㆍ수술에 매우 용이하다”면서도 “마약류 품목으로 분류된 만큼 전문의를 통한 철저한 관리와 사용이 기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en@heraldcorp.com



<프로포폴 사용 시 병원 선택 전 체크 사항>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상주하고 있는가

▶상주하고 있지 않다면, 마취 중 누가 마취 경과 관찰을 하는가

▶응급 상황 발생 시 적절한 응급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의료 인력이 있는가

▶사용 예정인 마취제가 무엇인가

▶과거 병력에 비춰 해당 마취제가 적절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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