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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 첫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폭염 뚫고 ‘기억의 터’ 찾은 아이들“위안부 할머니 잊지않을게요” 글썽
“일본군에 끌려가 고통 받았던 사람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지난 12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에 위치한 ‘기억의 터’에 아이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역사 탐방을 위해 이곳을 찾은 약 스무명의 어린이들은 위안부에 대해 설명하는 강사의 이야기에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강사가 앞으로 이러한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묻자 “위로하고 기억해야 한다”고 힘차게 외쳤다.

지난 2016년 8월 29일 경술국치일(대한제국이 일제에 국권을 완전히 빼앗긴 날)에 문을 연 기억의 터는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추모공원이다. 초등학생부터 위안부 할머니까지 시민 1만9755명이 3억5000만원을 모금해 만들어졌다.

36도가 넘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기억하기 위해이곳을 찾았다. 부산의 한 역사 탐방 동아리에서 온 심가현(12) 양은 “일본은 이기적인 욕망으로 우리나라 여자 어린이를 마음대로 끌고 가서 성폭행했다. 신문에서 보니까 일본은 미안하다고도 하지 않고 단지 ‘유감이다’라고 했는데 정말 슬픈 일”이라며 “다신 전쟁이 일어나면 안될 것 같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기억의 터의 입구엔 ‘대지의 눈’이라는 추모 공간이 있다. 역사의 진실을 읽으려면 대지의 큰 눈을 떠야 한다는 의미인 이곳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247명의 성함과 증언이 시기별로 새겨져 있다.

‘내 나이 열두 살. 언니와 나물을 뜯는데 모자를 쓴 사람들이 차에 타라고 했다. 둘이 끌어안고 버텼더니 발로 차버리고 언니 머리 채를 쥐고 차에 태웠다. 대만에서 다른 차에 실린 언니와 헤어져 지금은 생사도 모른다.’ 대지의 눈 벽에 새겨진 심달연 할머니의 증언이다.

피해 할머니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접한 아이들은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지해(12) 양은 “일본인들은 우리 나라가 전쟁통에 정신 없을 때 그렇게 비열한 일을 했다. 오전에는 서대문 형무소에 다녀왔는데 너무 슬프고 충격을 받아서 다리에 힘이 풀리고 어지러웠다”면서 “할머니들은 내 나이에 그러한 일을 겪었다. 얼마나 힘들었을지 속상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 문화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난해 6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문화 해설 프로그램은 일제 시대 위안부 문제 등을 설명하는 해설과 희망 돌탑 쌓기, 소녀상 만들기 등으로 구성됐다. 이날 프로그램에 참여한 허모(14) 양은 “광복절 앞두고 위안부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은 것 같아 역사 공부도 할 겸 이곳을 찾았다”면서 “위안부에 대해서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의미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억의 터의 접근성이 낮아 찾아오기 어려웠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한 학부모는 “충무로역에서 한참을 걸어왔는데 제대로 된 표지판도 없어 고생을 했다”면서 “남산, 이태원쪽에서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포스터나 간판을 늘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평일에는 방문객이 현저히 적다. 김모(45) 씨는 “저녁에는 노숙인들이 앉아있고 낮에는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다. 근처에 살면서도 이곳이 의미 있는 장소라는 것도 최근에야 알았다”고 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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