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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워 죽을 맛’ 인데 넘치는 식욕…혹시, 갑상선에 문제?
여름철 복병 ‘갑상선 기능 항진증’
호르몬 과다분비 체내 열 발생 증가
더위는 더 타는데 음식은 더 찾아
과도한 땀 배출 체중은 되레 감소
조금만 움직여도 숨차고 피부 가려워

#평소 여름을 심하게 타지 않던 직장인 이모(35) 씨. 하지만 올해에는 달랐다. 폭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인 지난 6월 중순부터 유난히 더위를 탔고 땀도 많이 흘렸다. 처음에는 더운 지역인 동남아시아에 지난 5월 말 출장을 갔던 탓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위를 견디다 못한 나머지 예년보다 빠른 지난달 중순에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그러다 두 달 새 체중이 15㎏이나 줄어든 것을 확인하고 병원을 찾은 이 씨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폭염의 기세는 수그러들 줄 모른다. 연일 전국 곳곳에서 체온(36.5도)에 가까운 최고기온을 기록하면서, 열대야도 계속되고 있다. 2011년 보건당국이 감시 체계를 가동한 이래 온열 질환자 수는 이미 역대 최다다.

요즘 같은 불볕더위에 유난히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갑상선 기능 항진증 환자다. 실제로 더운 여름에 환자가 집중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갑상선 기능 항진증 환자의 월별 진료 인원을 보면 9월에 환자가 7만4087으로 가장 많았고 ▷8월(7만3280명) ▷7월(7만1002명) ▷6월(7만967명)이 뒤를 이었다. 이 씨처럼 평소보다 더 더위를 타고 땀을 흘리고, 식욕이 왕성한 데도 오히려 살이 빠진다면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과도한 갑상선 호르몬 반응에 의해 병적으로 땀이 나”=갑상선 질환의 발병 빈도는 기온에 따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만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전형적 증상인 땀이 많이 나고 더위를 참지 못하는 것이 외부의 고온과 겹쳐지면 환자가 여름을 지내기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

요즘 같이 무더운 여름에 흘리는 땀과 갑상선 기능 항진증 환자가 흘리는 땀은 모두 탈수를 조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근본적 발생 원인은 다르다. 더워서 흘리는 땀은 우리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보호 작용의 일환이지만, 갑상선 기능 항진증 환자의 땀은 병적으로 생성된 땀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경수 인제대 상계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일반적인 땀은 고온으로 인해 체온이 오르는 것을 방지하고자 체내의 열을 발산할 목적으로 흘리는 땀”아라며 “반면 갑상선 기능 항진증 환자의 경우 필요 이상으로 과다한 갑상선 호르몬에 반응해 체내 장기에서 에너지 생산이 많아지고 이로 인한 체내 열 발생이 증가해 흘리는 땀”이라고 설명했다.

그 밖에 갑상선 기능 항진증 환자는 몇 가지 특징적 증상을 동반한다. 우선 편안한 상태로 있는 데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맥박이 빨라지며, 조금만 긴장해도 손발을 많이 떨며, 심하면 온몸을 떨기도 한다. 일반인들은 극심한 더위에 입맛이 떨어지기 쉽지만, 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들의 경우 식욕은 왕성해지는 반면 체중은 감소한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갑상선에서 호르몬 합성을 일방적으로 자극하는 물질이 만들어지는 그레이브스병이 탓다. 이에 대해 고 교수는 “현재까지 왜 이러한 물질이 특정 환자에게 만들어지는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는 않다”며 “이러한 갑상선 자극 물질은 혈액을 채취해 측정할 수 있다. 대부분 갑상선 기능 항진증 환자의 혈액에서 해당 수치가 높게 측정된다”고 했다.

이어 “정상인의 경우 혈액의 갑상선 호르몬 농도가 일정 범위로 유지된다”며 반면 갑상선 기능 항진증 환자의 경우 갑상선 호르몬이 과다하게 만들어져 몸 속 장기가 이러한 과다한 갑상선 호르몬에 반응해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고 덧붙였다.

신경이 예민해져서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며, 특별히 한 일도 없는데 피로감이 엄습한다. 가벼운 움직임에도 숨이 차고, 피부가 가려우며, 변이 물러지고 횟수가 잦아지는 것이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특징적 증상이다. 여성의 경우 생리가 불규칙해지고 양이 줄어든다.

▶“상태 나아졌다고 약 끊으면 거의 재발”=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현재까지 정확한 원인이 밝혀져 있지 않은 만큼 특별한 예방법이 있지는 않다. 요오드 섭취량이 문제될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 이에 대해 고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은 통상 평소 요오드 섭취량이 충분해 식생활과 관련해 갑상선 질환이 발병하고 악화되지는 않는다”며 “다만 요오드가 과량으로 함유된 건강 보조제는 갑상선 기능을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으므로 무분별하게 섭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드물기는 하지만 안구가 심하게 돌출되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 환자는 흡연이 안구 돌출을 더욱 조장하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그 밖에 일반적으로 권고되는 사항은 과도한 스트레스를 피하는 정도가 권고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 생기는 가장 흔한 원인은 기존에 복용하던 약물을 임의로 중단하는 것이다. 고 교수는 “처음에는 여러 알을 수회 복용하여야 하지만 한두달 내에 갑상선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오며, 이후 약물 용량을 줄여가면서 하루 1회 복용으로 줄이는 경우가 많다”며 “문제는 그 상태로 1년여 동안 약을 복용해야 하는데, 갑상선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임의로 약을 중단하게 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이때 환자 중 십중팔구는 재발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증상이 뚜렷하고 치료가 어려운 병도 아니며, 치료에 따른 합병증도 무시할 정도”라며 “환자 자신이 임의로 약을 중단하거나 주변 이야기를 듣고 엉뚱한 치료에 매달림으로 병을 키워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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