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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생제 남용, 장내 미생물 불균형…만성질환 원인”
고려대 의대 연구팀, 세계 최초 규명


항생제는 세균 감염을 막아주는 고마운 약이다. 하지만 안좋은 세균 외에도 유익균까지 죽여 문제가 생긴다는 지적이 의학계 안팎에서 있어 왔다. 때문에 의료기관에서는 항생제 남용에 대한 부작용을 방지하고자 처방을 자제하는 추세다. 이 같은 항생제 남용이 장내 미생물 불균형을 일으켜 당뇨, 아토피 피부염 등 각종 만성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국내 연구진이 규명했다.

8일 고려대 의대에 따르면 이 학교 의과학과의 김희남 교수 연구팀은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만성질환을 일으키는 기전을 최근 세계 최초로 제시했다.

항생제는 세균 감염 치료를 위해 필수적이다. 몸 안에 들어왔을 때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으로는 콜레라균, 대장균, 살모넬라균, 포도상구균 등 식중독, 수인성 감염병 등을 일으키는 균이 대표적이다. 이때 대부분 항생제를 이용해 세균을 죽이는 방식으로 환자를 치료한다.

하지만 항생제는 치료 과정에서 이 같은 유해 세균과 장내 유익균도 함께 죽여 고혈압, 당뇨, 아토피 피부염 등 각종 만성질환에 취약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존재한다고 알려져왔다. 관련 학계는 지난 10여년간의 연구 끝에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만성질환의 중요한 근원이라는 사실은 밝혀냈다. 하지만 현상에 대한 기전은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김 교수와 박사후 연구원인 이효정 박사의 공동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에 일어나는 생리적 반응이 항생제에 의해 초래된 불균형을 고착시키는 중요한 원인이라는 의견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즉, 장내 미생물이 항생제에 노출되면 생존을 위한 긴축반응을 일으킨다. 그 결과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세균들이 늘어나 장내 미생물 구성에 심각한 왜곡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항생제 내성 세균들은 대부분 돌연변이를 보유하고 있다. 항생제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오래 유지되는 성질을 보이기 때문에 왜곡된 미생물 구성이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항생제 위협으로 스트레스 환경에 놓인 장내 미생물은 생존하기 위해 생장을 억제하고 항생제 내성을 갖춘다. 항생제를 남용하면 내성균도 덩달아 늘어난다는 것이다.

장내 미생물 구성에 심각한 불균형이 생긴 채 시간이 지나면 만성질환 원인 요소가 된다. 장내 미생물이 훼손된 상태는 오랜기간 유지되기 때문에, 영유아 때 문제가 발생하면 성인이 돼서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연구팀이 규명한 장내 미생물 긴축반응을 통해 지금까지 미생물의 구성 변화에만 국한돼 있었던 관련 연구 분야를 넓힐 수 있게 됐다”며 “장내 미생물과 만성질환 간 관계를 규명할 때 생리학적 연구가 필수적이라는 새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도 “지금까지 현대 의학 발전에 큰 토대인 항생제가 역설적이게도 장내 유익균을 죽이고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을 오랜시간 동안 간과해 왔다”며 “기본적으로 항생제의 남용을 막아야 하며 만성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해 장내 미생물에 대한 집중적 연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생물학 트렌드(Trends in Microbi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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