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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1 독립운동 유적 ‘딜쿠샤’ 복원공사 시작
1930년대 딜쿠샤 모습.
앨버트 테일러 거처 근대가옥
마지막 불법 거주민 이주따라
26억 들여 9월부터 공사 개시

서울시가 내년 9월까지 3ㆍ1 독립운동을 전세계에 알린 미국인 앨버트 테일러(1875~1948)의 거처였던 근대가옥 ‘딜쿠샤’(힌두어 이상향) 복원 공사를 한다. 소송에 졌는데도 끝까지 ‘버티기’를 하던 딜쿠샤 내 불법 거주민이 최근 이주한 데 따른 것이다. 2016년 정비 계획이 나온 이후 연기가 거듭되던 공사였던 만큼 더욱 주목된다.

7일 시에 따르면, 시는 다음 달부터 종로구 행촌동에 있는 딜쿠샤의 역사성을 되찾고자 복원 공사를 진행한다. 투입 예산은 26억원이다.

딜쿠샤는 일제강점기 때 AP통신 임시특파원이었던 테일러가 1923년에 지은 건물이다. 3ㆍ1 독립운동을 첫 보도한 테일러는 1942년 일제에 의해 추방될때까지 딜쿠샤에 살았다. 미국ㆍ영국 양식이 섞인 지하 1층, 지상 2층의 건물로 전체면적은 623㎡이다.

복원 공사는 지난 달 28일 마지막 남은 불법 거주 1가구가 나간 것이 최종 확인된 후 확정됐다.

시는 그간 딜쿠샤 내 이주를 거부하는 불법 거주 12가구가 있어 골머리를 앓아왔다. 딜쿠샤가 1963년 국유화된 후 관리가 소홀해진 틈을 타 건물을 무단 점유한 이들이다. 시는 애초 지난 3월 첫 삽을 뜬 후 내년에 100주년을 맞는 3ㆍ1절에 맞춰 복원 공사를 끝내려고 했다. 그러다가 같은 해 8ㆍ15 광복절로 기한을 늦췄지만 이마저도 이들 반발로 미뤄진 상태였다.

최후 1가구는 지난 6월 시 와의 명도소송에서 진 후 항소장을 내기도 했다. 20년 이상 문제없이 살았기에 소유권이 있다는 이유였다. 그사이 나머지 11가구는 시의 설득, 대집행 등에 따라 이주를 끝마쳤다.

시 관계자는 “결국 최후 1가구도 주변 가구들이 떠나감에 따라 심경 변화를 느낀 것 같다”며 “시의 설득 과정에서 항소도 취하하고 이주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시는 공사기간 딜쿠샤의 내외부를 원형 그대로 복원한다. 테일러가 쓰던 가구ㆍ소품도 모두 복제 혹은 자체 제작한 후 설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딜쿠샤를 테마별 4개 이상 전시공간으로 꾸며 테일러 등 우리나라 독립에 이바지한 서양인을 조명할 계획이다.

또 건물 자체를 경교장,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등 인근 역사공간을 이어주는 ‘근대역사문화 클러스터’의 중심지로 꾸밀 방침이다. 시는 이를 위해 원형 복원을 위한 학술연구, 전시 기본계획, 복원 설계 용역을 모두 마쳤다.

시 관계자는 “딜쿠샤는 일제 강점기 때 건축양식을 볼 수 있는 중요 사례로, 지난해 8월 국가 등록 문화재가 된 곳이기도 하다”며 “내년 8ㆍ15 광복절에 맞춰 공사하기 힘든 점은 아쉽지만, 우리 문화재를 복원하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고 했다.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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