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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관료가 기업인 애로 듣고 투자·고용 요청하지 뭘하나
난데없는 구걸 논란 끝에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6일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했다. 김 부총리가 당초의 명분과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예정대로 방문을 결행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자의든 타의든 방문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면 경제팀장, 경제수장로서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앞으로의 행보는 가시밭 길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투자고용 계획 발표가 미뤄진 것만으로도 타격이 없지는 않다.

논란의 발단은 김 부총리의 삼성전자 방문을 며칠 앞두고 청와대가 “재벌에 투자ㆍ고용을 구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김 부총리는 즉각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대기업에 의지해 투자나 고용을 늘리려는 의도도, 계획도 전혀 없다”면서 “지금의 경제 상황에서 이런 논란에 에너지를 낭비할 여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따지고 보면 청와대발 구걸 논란은 뜬금없고 황당하다. 김 부총리가 대기업 방문을 시작한 게 지난해 12월 LG그룹부터다. 그 이후 현대차ㆍSKㆍ신세계까지 이어졌다. 그때마다 총수를 면담했고 대기업들은 모두 투자와 고용 계획을 내놨다. 당연한 경영계획의 일환이다. 통상의 행보인데 삼성에 와서 느닷없이 청와대가 토를 달고 나선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 중이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오지만 그건 더 이상하다. 재판에 환심을 사려는 투자와 고용이라면 그건 압력에의한 뇌물이지 구걸에 대한 동냥이 될 수는 없다.

관료가 공장을 방문해 기업인을 만나면 애로사항을 청취한 후 투자와 고용을 당부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일종의 소통이다. 그걸 빼고 무슨 얘길 하라는 것인가. 지난달 문 대통령도 삼성전자 인도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국내 투자를 당부하고 이 부회장이 노력하겠다고 화답하지 않았는가. 대통령이 하면 당부고 경제부총리가 하면 구걸이란 게 말이 되는가.

대통령도 같은 생각인지의 여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방관도 소극적 동의다. 청와대엔 아직도 반기업 정서가 여전하다는 얘기다. 누가 이 분위기를 주도하는지도 유추 가능하다. 대통령을 제외하고 경제부총리를 겨냥해 청와대의 정서를 공식적으로 언론에 밝힐 수 있는 인물은 많아도 두세명에 불과하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부작용을 애써 감추고 여론몰이 정치로 경제까지 끌고 가려는 실험정신 충만한 이들이다.

정책과 정치를 분리할 줄 아는 경제부총리의 관료적 자존심이 앞으로는 더 중요하게 됐다. 이번 논란을 절실히 깨우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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