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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박상근 세무회계사무소 대표] 황금알 낳는 기업 해체시키는 상속세
상속세 과세대상은 피상속인이 세금을 낸 소득으로 조성한 상속재산이다. 상속세는 이중과세되는 세금이다. 상속세의 이런 성격 때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국은 낮은 세율(평균 최고세율 26ㆍ3%)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부자 세금이라는 막연한 시각에서 줄곧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상속세율(최고세율 50%)을 유지 중이다.

예컨대 재산 100억원인 기업을 상속할 경우 40억4000만원의 상속세를 내야한다. 현금이 없는 대부분 기업이 사업용 재산을 매각하거나 빚을 내 세금을 낼 수밖에 없다. 이런 과도한 상속세를 부담하고도 정상적으로 살아남을 기업이 몇 개나 되겠는가? 당장 상속세를 챙기기 위해 일자리ㆍ세수 등 황금알을 낳는 기업의 맥을 끊어선 안 된다.

기업인이 평생일군 가업에는 기술, 경영기법, 숙련된 종업원, 충성 고객 등 그동안 축적된 유무형의 자산과 경영 노하우가 녹아 있다. 이런 역량 있는 전통적 기업이 상속세 때문에 해체되면 기술이 사장되고 종업원이 일자리를 잃는 등 개인이나 국가 모두 큰 손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현행 세법에는 ‘가업상속공제’제도를 두고 있다.

현행 가업상속공제를 보면, 피상속인이 기업을 운영한 기간에 따라 상속재산 중 최대 500억원을 상속세 과세대상에서 제외해 준다. 세액으로는 약 250억원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제도는 기업 현장에선 그림의 떡이다. 가업상속공제를 받으려면 사실상 어려운 상속 전 8가지, 상속 후 4가지, 총 12가지 요건 모두를 갖춰야하기 때문이다.

가업상속공제대상 가업은 최소 10년 이상 피상속인이 직접 경영한 3000억원 미만 중소 또는 중견기업으로 제한된다. 여기에 상속 후 10년 동안 정규직 직원 수 유지, 지분율 유지, 업종 변경 불가, 자산의 20%이상 매각 불가 등 사후관리조건이 붙는다.

지금은 경영 환경이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다. 그런데 상속 후 10년간 업종 변경 금지, 공정 개선과 투자 유치를 어렵게 하는 사후관리조건은 상속기업이 10년간 성장하지 말고 상속 당시의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라는 것과 같다. 독일의 가업상속공제요건은 상속 후 최장 7년 동안 상속 당시 고용 인원의 85%이상 유지라는 ‘고용유지조건’ 하나뿐이다. 온갖 규제를 동원해 기업의 발목을 잡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한국에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 동안 가업상속공제를 활용한 기업은 309곳에 불과하다. 반면 독일은 같은 기간 무려 8만8226개 기업이 이 제도를 활용해 가업을 상속했다. 과중한 상속세 때문에 가업승계가 어려운 현실에서 한국기업은 국제적 기업 사냥꾼에 노출돼 있다.

평생일군 가업 하나는 기술 보호와 일자리 차원에서 세금 부담 없이 후대에 넘길 수 있는 제도 구축이 필요하다. 이는 근로의욕과 기업의욕 고취로 가업이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는 기본 토대가 될 것이다. 국회와 정부는 원활한 가업승계에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는 상속세 최고세율(50%)을 OECD 평균(26ㆍ3%) 수준으로 인하하고, 가업상속공제요건을 독일과 같이 고용유지조건만 두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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