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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가면 일사병, 안에 있자니 냉방병…폭염에 숨을 곳이 없네
실내·외 온도 5도이상 차이날때 발생
냉방 한기 직접 신체 닿으면 더 걸려
두통·피로감·근육통·위장장애 등 증상
미지근한 물 마시고 2시간마다 환기를


# 경기 고양의 한 대형 마트 식품 코너에서 일하는 회사원 안모(34ㆍ여) 씨는 요즘 기침, 재채기 등 감기 증세를 달고 산다. 안 씨가 일하는 식품 코너는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코너보다 냉방이 심하다. 특히 실내에서 일을 하다 보니 해마다 여름만 되면 환기가 안 되는 곳에서 에어컨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춥고 어질어질하고 열이 나는 느낌을 받는다.

요즘 들어 찜통더위에 숨이 턱턱 막히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기상 관측 사상 최고기온을 연일 경신하는 폭염 탓에 온열 질환자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2일 질병관리본부의 ‘온열 질환 감시 체계(전국 의료기관 응급실 519곳 대상)’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7월 30일까지 발생한 온열 질환자는 총 2266명(사망자 28명)이나 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889명)의 무려 2.5배나 된다.

이 같은 온열 질환의 위협을 막아 주는 고마운 가전제품이 바로 에어컨이다. 이제 불볕더위에 에어컨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냉방병이다. 에어컨 바람에 너무 의지하다 보면 건강이 상할 수 밖에 없다. 에어컨을 켜는 중간에도 2시간에 한 번씩 환기를 빼먹지 말고, 미지근한 물을 수시로 마시는 등 신경 써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에어컨은 폭염에 급증하는 온열 질환의 위협을 막아 주는 고마운 가전제품이다. 하지만 과하게 사용하면 두통, 복통 등 냉방병 증상으로 고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연일 불볕더위로 에어컨 판매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최근 서울 시내 한 가전제품 판매점의 에어컨 매장(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냉방병 심하면 구토ㆍ설사=냉방병은 공식적인 질병 명칭은 아니지만, 에어컨 같은 냉방 기기에 장시간 노출될 때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을 일컫는다.

냉방병의 전신 증상은 주로 두통, 피로감, 근육통, 어지러움, 오심(구역감), 집중력 저하가 흔하다. 어깨, 팔다리가 무겁고 허리가 아픈가 하면 한기를 느끼기도 한다. 위장 증상으로 소화불량, 복부 팽만감, 복통, 설사를 들 수 있다. 증세가 심하면 메스꺼움을 느끼고 구토를 할 수도 있다. 여성의 경우 생리가 불규칙해지고 생리통이 심해진다.

김경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여름철 장시간 냉방에 노출된 후 말초혈관의 수축에 의한 혈액 순환의 이상과 함께 자율신경계 이상 반응에 따른 증상으로 두통, 어지럼증, 수면 욕구, 기능성 위장 장애, 요통, 수족냉증, 피로, 감기 등의 증상이 올 수 있다”며 “이런 증상을 느낀다면 냉방병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했다.

누구보다 냉방병으로 더 고생하게 되는 사람은 만성 질환자다. 심폐 기능 이상 환자, 관절염 환자, 노약자, 허약자, 당뇨병 환자 등은 자신의 병이 악화되고 증세도 심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냉방병은 보통 실내와 외부 온도가 5도 이상 차이 날 때 발생하게 된다. 이에 대해 이수화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실내ㆍ외 온도 차 외에 냉방병에는 두 가지 요인이 더 작용한다”며 “우선 이 같은 온도 변화를 인체가 얼마나 자주 겪게 되는가, 다음은 이러한 변화를 신체에 얼마나 국소적으로 받게 되는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내ㆍ외 온도가 5도 이상 차이가 나더라도 항상 그러한 환경에 있는 사람들은 냉방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며 “한여름에도 직장, 자가용, 집의 온도가 거의 비슷하게 낮은 사람들은 냉방병에 잘 안 걸리지만 직장에서만 에어컨이 있는 사람은 걸리기가 쉽다”고 덧붙였다.

▶“증상 1주 이상 가면 병원 가 봐야”=냉방 기기에서 나오는 한기가 전체 공기를 차갑게 하지 않고 직접 신체에 닿으면, 사실상 몸의 일부에만 낮은 온도에 노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냉방병에 더 잘 걸릴 수 있다. 따라서 가정용 또는 소형 점포용 냉방 기기가 중앙 집중 방식의 냉방 기기보다 냉방병을 일으키기가 쉽다.

이 교수는 “국소 냉방을 하는 경우라면 사람이 모이는 쪽보다는 안 모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한참 더울 때에만 잠시 강하게 트는 것보다는 약하게 해 여러 시간을 틀어 놓는 것이 좋다”며 “이것이 힘들면 2시간에 한 번, 5분 정도는 환기를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도 “냉방을 하더라도 실내 온도가 2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하고 실내ㆍ외 기온 차가 5도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밀폐된 공간에서는 매시간 5분 정도 환기에 신경을 써야 한다. 장시간 냉방 상태에서는 긴팔 옷과 긴바지를 입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냉방병은 특별한 약물 치료가 필요한 병이 아니다. 과도한 냉방을 줄이고 개인 건강관리를 잘하면 수일 내에 증상이 좋아진다. 개인 예방법으로는 냉방기에서 분출되는 찬 공기를 직접적으로 호흡하거나 피부에 와 닿는 것을 최소한 줄이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특히 남성에 비해 노출이 많은 옷을 입을 때가 많은 여성은 얇은 옷, 가리개 등을 준비해 착용하는 것이 좋다. 그 밖에 미온수를 수시로 마셔 주면 기도 점막이 예민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통상 여름철 습도는 60~70% 이지만 냉방 장치를 한 시간 이상 가동하면 실내 수분이 응결돼 습도가 30~40%로 내려가게 돼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진다”며 “이때 인후염, 감기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수시로 물이나 차를 마셔 충분한 수분을 공급해 주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이 같은 조치 후에도 심부 추위가 계속된다면 따뜻한 찜질 등을 이용해 혈액 순환을 돕고, 따뜻한 물로 반신욕을 하거나 몸에 땀이 나지 않을 정도의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활동을 해 체온을 높여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가벼운 맨손체조도 혈액 순환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드물지만 호흡기계 병원균에 의해 집단 발생되는 레지오넬로시스병 같은 호흡기 질환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냉방병 증상이 1주 이상 지속되거나 정도가 심하면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교수도 “냉방병은 실내 환경 조절과 함께 개인 건강에 따른 대처방법을 준비하는 등 예방이 중요하다”며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우선 에어컨을 끄고 환기를 한 다음 충분한 수분ㆍ영양 섭취와 함께 휴식을 취하는 것이 기본적인 치료법”이라고 강조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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