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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영국 수주 놓치면 한국 원전은 생태계 자체 붕괴
탈 원전정책으로 국내의 동력을 잃은 원전 산업이 해외 수출에서도 암초에 부딪쳤다. 수주가 확실시되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건설 프로젝트 사업권 인수에서 한국전력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은 것이다.

사업비가 22조원(150억 파운드)에 달하는 이 프로젝트는 당초 사업자가 건설과 운영의 모든 위험을 떠안는 발전차액정산(CFD) 방식이었다. 한전은 지난해 12월 중국 국영 원전 기업 광허그룹을 제치고 우선협상권을 따냈다. 한전이 계약을 완료하면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원전 건설과 전력 판매까지 진행하게 된다.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밀고 당기는 협상이 길어진 가운데 올 6월 영국 정부가 민간 사업자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규제자산기반(RAB) 방식을 원전 건설 사업에 적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리스크가 줄고 안정성이 높아지자 도시바 측이 새로운 협상대상자를 찾겠다면서 한전에 무어사이드 프로젝트 사업자인 ‘뉴젠(NuGen)’ 인수 협상의 우선협상자 지위 상실을 통보한 것이다. 도시바는 뉴젠의 소유주다.

정부는 “한전의 수주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지도, 다른 사업자가 대안으로 떠오른 것도 아니어서 지레 낙담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한전은 도시바, 뉴젠과 함께 RAB 모델 적용에 따른 변화요인에대해 ‘공동타당성 연구’를 진행키로 하는 등 연결의 끈을 계속 가져가고 있다.

하지만 영국 정부가 내세운 새로운 협상 조건이 종전보다 오히려 나아졌고 이런 점을 적극 활용해 한전에 얽매이지 않고 협상 대상자의 폭을 더 넓히겠다는게 원사업자인 도시바의 전략이다. 이 때문에 2009년 UAE 바라카 원전에 이은 사상 2번째 원전 수출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정부가 원전산업정책관을 현지로 파견해 협상을 진행한 것도 상황이 그만큼 급박하다는 반증 아니겠는가.

문제는 영국 원전 수주가 무산되면 ‘탈원전’으로 국내 기반을 잃게될 한국 원전 산업 생태계가 아예 고사될 위기에 처한다는 점이다. 신고리 5ㆍ6호기 납품이 끝나는 2021년 이후 국내에선 일감이 떨어지는데 영국 원전 사업마저 수포로 돌아가면 원전 관련 중소기업은 살 길이 막연하다. 이 경우 국내 원전 유지보수에도 차질이 빚어진다. 한국형 원전을 개발해 놓고도 부품을 해외조달에 의존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원전 안전성을 위한 국내 원전 사업 재개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될지도 모를 일이다. 영국 원전 수주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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