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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지영 “진보의 탈 쓴 ‘악의 무리’ 소설로 형상화”…화제 소설 ‘해리’출간
소설가 공지영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편소설 ‘해리’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헤럴드경제=이슈섹션] “이 소설은 한 마디로 어떤 악녀에 관한 보고서입니다.”

소설가 공지영(55) 씨는 3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그간 화제가 됐던 신작 장편소설 ‘해리 1·2(출판사 해냄)’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공 작가는 “악이란 것에 시선을 집중하게 된 것은 민주주의가 후퇴하게 된 ’이명박근혜’ 9년 동안 주변에서 목격한 악들이 그 이전에, 1980년대나 그 이전에 있었던 어떤 단순함과는 굉장히 달라졌단 것을 감지했다”며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재벌과 가진 자의 횡포가 극심해진 사회에서는 간단한 말로 얼마든지 진보와 민주주의의 탈을 쓸 수 있고, 그런 탈을 쓰는 것이 예전과 다르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일찌감치 체득한 사기꾼들이 몰려오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며 소설을 쓰게 된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몇 십 년간 싸워야 할 악은 아마 민주주의의 탈을 쓰고 진보의 탈을 쓰고 엄청난 위선을 행하는 그런 무리가 될 거라는 작가로서의 감지를 이 소설로 형상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작 ‘해리’는 올해로 등단 30년을 맞는 공지영 작가의 열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전작 ‘높고 푸른 사다리’ 이후 5년 만에 내놓는 신작으로, 5년간 취재를 통해 원고지 1600매 분량의 이야기를 완성했다. ‘고등어’, ‘도가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 사회 문제에 긴밀한 관심을 두고 소설로 형상화해온 작가가 또다시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들춰내는 작품이다.

책 내용은 이렇다. 주인공 ‘한이나’가 고향에 내려갔다가 우연히 어떤 사건과 피해자들을 만나게 되고, 그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악(惡)의 실체를 맞닥뜨리다 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는 실제로는 악한 인물들이 겉으로는 선한 모습으로 자신을 포장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주인공인 천주교 신부 ‘백진우’는 입으로는 온갖 사회 정의를 부르짖는 인물이지만, 알고 보면 어린 소녀와 젊은 여성들에게 성폭력을 가하고 장애인 봉사단체를 내세워 사람들에게서 돈을 받아 자신의 부로 축적한다. 그의 옆에 있는 여성 ‘이해리’는 불우한 성장 과정을 내세워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일으키고 장애인 봉사단체를 운영하는데, 뒤로는 사람들에게 ‘봉침’을 놓는 등 기이한 수법으로 약점을 잡아 돈을 갈취하는 인물이다. 이해리는 특히 페이스 북을 이용해 자신의 선하고 가련한 이미지를 만들어 퍼뜨린다.

작가는 인물들의 이런 이중성을 ‘해리성(解離性) 인격 장애’와 연결 짓는다. 책의 첫머리에 이 용어를 적어놓고 ‘각기 다른 정체감을 지닌 인격이 한 사람 안에 둘 이상 존재하여 행동을 지배하는 증상. (후략)’으로 설명을 붙여놓았다.

봉침 여목사의 장애인 시설 이 사건에는 이 아무개(44·여) 목사와 김 아무개(50) 전직 신부가 등장한다. 이른바 ‘봉침 여 목사’로 불리는 이 씨는 허위 경력증명서를 바탕으로 주변에 “미혼모로서 아이 5명을 입양해 홀로 키우고 있다”고 알리며 모금을 했다. 이 목사와 김 전 신부는 이런 방식을 통해 기부금·후원금 명목으로 3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사기·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로 2017년 6월 불구속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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