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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존’만 있고 ‘YES존’은 없다?
차별·배제 공간된 ‘한국 ZONE’
나이등 이유 금지 외치는 사회
사회통합수준 OECD중 최하위


#1. 6살과 7살 두 아이를 키우는 이모(39) 씨는 더위를 피해 찾은 영화관에서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영화 시작에 앞서 아이들에게 상영 중 조용히 해야한다고 단단히 교육했지만, 공룡 인형을 들고 들뜬 아이들 모습만 보고도 주위 관객들은 행여나 아이들이 영화 감상을 방해하는 것 아닌지 우려의 눈길을 보냈다. 노키즈존.

#2. 1인 가구 조모(28) 씨는 최근 여름휴가에 반려견을 데려갔다. 휴가철 강아지를 맡길 곳도 마땅치 않아 일부러 반려견 출입이 허용된 계곡을 찾았지만 피서객 일부는 곧바로 불결하단 눈빛을 쏘아댔다. “오늘 아침 목욕시킨 반려견이고, 대소변 훈련도 잘 받았으니 너무 걱정마세요”란 말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노도그존.

#3. SNS서 유명한 맛집 아르바이트생인 지모(24) 씨는 중장년 손님들을 구석자리로 안내한다. 식당에서 중장년층은 밖에서 잘 보이는 자리 대신 안쪽 자리를 추천하라는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다. 테라스 좌석에는 잘생긴 젊은층을 앉혀야 장사가 잘된다는 이유에서다. 지 씨는 중장년 고객에겐 “창가 자리는 예약석”이라고 거짓말하고, 그보다 늦게 도착한 젊은 커플을 창가 자리로 안내했다. 노실버존.

‘OO존’의 입지는 좁은 가운데, 특정 집단이나 구성원을 배제하는 ‘NO OO존’의 배타적 성격이 한국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별, 연령, 종교, 인종 등을 넘어 구성원 전반을 향한 배타적 정서가 확산하면서, 혐오의 대상이 된 사회구성원들은 각자의 자존감을 좀 먹고 있는 실정이다.

은퇴 후 여가생활을 즐기고 있는 김모(62) 씨는 식당에서 겪은 차별에 ‘초라함’을 절감했다고 말한다. 그는 “은퇴 후 예전만큼 경제력이 좋진 않지만 노부부가 여가를 즐길 정도는 된다”며 “겉보기에 늙고 초라하단 이유로 젊은 아이들 오는 카페에 왜 늙은이가 왔냐는듯 차가운 시선을 받으면 수치스럽다”고 말했다.

특정 집단을 향한 차별과 배제의 정서는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절대적 약자에게도 예외는 없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출산 후 최근 복직한 직장인 서모(33) 씨는 임산부를 위해 마련된 좌석에서 배타적 시선과 마주했다.

그는 “(대중교통에서) 임산부 뱃지를 보면 세상이 떠나갈 듯 한숨을 쉬며 자리를 비켜줘 감사함보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둘째 아이를 갖게 되면 무조건 자가용을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차별과 배제로 분열된 한국사회의 민낯은 각종 수치로도 드러난다.

2017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사회통합지수 개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통합수준을 나타내는 `사회적 포용` 지수는 0.266점으로 집계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최하위인 29위를 기록했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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