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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도, 적응·조율만이 최선일까? 亞 젊은작가들 ‘삶의 좌표 탐색’
좀펫 쿠스위다난토 작품 설치전경, ‘시차적응법’, 7.19 - 10.7, 아라리오갤러리 라이즈 호텔.
[제공=아라리오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라이즈호텔 ‘시차적응법’展

나에겐 좋지만 집단에겐 ‘이상한 일’이 종종 있다. 특히 제도와 부딪힐 경우 그렇다. 학교에 가고 취업을 하고 결혼과 출산 등 개인의 선택과 사회의 지향이 늘 같은 방향은 아닐 경우다. 장거리 비행 후 시차에 적응하듯 크게 볼땐 별 일 아니지만 개인에겐 너무 힘든 일, 그 간극을 조율하는 건 오로지 개인의 몫이다.

특히나 예민한 작가들에게 사회의 논리란 늘 ‘적응’해야 하고 자신을 ‘조율’해야만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 간극을 살펴보고, 작가 나름의 해결책을 따라가보는 전시가 열린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Ⅰ라이즈호텔은 개관 두번째 전시로 아시아 작가 그룹전 ‘시차적응법(JET LAGGED)’을 개최한다.

인도네시아 작가 좀펫 쿠스위다난토, 중국작가 주 시앙민, 한국작가 백경호와 심래정이 참여했다.

작가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시차적응’하며 시각언어로 자신의 좌표를 설계하고 적응한다. 개인의 경험과 관심에 바탕을 둔 작업이지만 작가가 속한 사회의 현재가 그대로 읽히는 건 흥미로운 지점이다.

좀펫은 몸통이 없는 형상의 대열과 이들이 치는 영혼없는 기계적 박수, 연주하는 이는 없지만 혼자 움직이는 드럼 등을 통해 오랜 식민지배와 독재로 점철된 독특한 인도네시아 사회역사적 구조를 은유한다. 작가는 “수하르토 하야 이후 만인이 권력을 잡기위해 투쟁하던, 실체없는 공허한 메아리만 가득했던 인도네시아 정치의 현실을 풀어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집단 정체성이 강했던 인도네시아 사회에서 개인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인 셈이다.

그런가 하면 중국작가 주 시앙민은 정치 경제적으로 급변하는 중국 동시대 젊은이의 모습과 행태를 회화로 포착한다. 몸에 문신한 젊은이의 형상은 느리고 나태하게, 권투하는 사람들은 빠르고 혼란스러운 사회상을 은유하듯 속도감있고 거칠게 표현했다.

“스투디오와 전시장을 오갈때 느끼는 감정이 시차적응”이라는 백경호 작가는 스마일 피겨(Smile Figure)연작을 선보였다. 회화라는 큰 틀에서 질감이나 색채로 추상적 실험을 계속하는 그는 이번에도 동그란 캔버스와 네모 캔버스의 분절과 조합을 발전시켰다. 윤곽선 내부를 가득 채운 색채나 질감은 지극히 추상적이고 어지럽다. 명확하게 구획진 캔버스와 대비를 이루며 추상과 구상, 표출과 자제, 자유와 규율 등 그 긴장감이 팽팽하다.

심래정은 2016년이래 3년동안 진행했던 ‘식인왕국’ 3번째 이야기 ‘식인왕국:심령수사’를 완성했다. 앞선 시리즈와 연결되며 인육통조림의 식재료로 쓰여진 희생자 모넬라에 대한 이야기다. “죽음을 기점으로 삶을 정리하는 시간이 ‘시차적응’이 아닐까 싶다”는 작가는 불규칙적으로 파편화되고 거침없이 흩어지는 극한의 외로움과 불안을 벽화, 드로잉, 영상으로 정리했다.

전시는 10월 7일까지 이어진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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