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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우려되는 ‘귀농·귀촌 통계 적폐’
아니나 다를까. 귀농ㆍ귀촌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얼마 전 ‘귀농ㆍ귀촌 50만 시대’를 자랑스럽게 발표했다. 6월28일 내놓은 ‘2017년 귀농ㆍ귀촌인 통계 결과’보도 자료를 통해서다. 이는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거의 여과 없이 보도되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귀농ㆍ귀촌 50만 시대’를 마치 자신들의 성과처럼 치장했지만, 정작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실패에 가깝다.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귀농ㆍ귀촌 인구수는 총 51만6817명이다. 이 가운데 귀촌인구는 4.6% 증가한 49만7187명(33만4129가구)으로 전체 96.2%를 차지했다. 반면 각종 지원책을 내걸고 적극 유치에 나섰던 2030 젊은 층을 비롯한 귀농인구는 1만9630명(1만2630가구)으로 되레 2016년 보다 감소했다. 귀농가구는 1.9% 줄었지만, 동반가구원은 8.9%나 급감했다. 귀농인구의 감소세 전환은 새 기준을 적용해 통계작성을 시작한 2013년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결국 겉만 화려한 ‘귀농ㆍ귀촌 50만 시대’는 귀촌인구 증가에 기인한 것인데, 이 귀촌인구 통계는 믿을 게 못 된다. 현실과 동떨어진 통계 기준 탓에 거품이 잔뜩 끼어있다. 특히 2030세대 통계가 그렇다. 이 거품 낀 귀촌인구에는 수도권과 광역시 일대 읍ㆍ면지역에 들어선 신도시, 지방의 혁신도시 및 기업도시 유입인구(직장인, 자영업자, 아파트거주자)가 포함되어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또 보도 자료에서 ‘귀농ㆍ귀촌인구 중 40세 미만 젊은 층이 50.0%(2016년 50.1%)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귀촌통계 거품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결과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젊은 귀농ㆍ귀촌인 비율을 높이는데 즐겨 활용하는 동반가구원도 사실 별 의미가 없다. 귀농이든 귀촌이든 동반가구원은 만일 해당 가구주가 정착에 실패해 도시로 되돌아가게 되면 함께 빠져나갈 숫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구주 통계가 가장 중요한데, 2017년 2030 귀농가구주 비율은 고작 10.5%에 불과했다.

‘(전체)귀농가구의 평균 가구원수는 1.55명인데 비해 40세 미만(2030세대) 귀농가구의 평균 가구원수는 3.6명이고, 가족이 동반 이주하는 특징이 있어 농촌인구 유입에 매우 중요한 연령대로 분석되었다.’

보도 자료 중 억지춘향을 넘어 엉터리 통계해석(통계청 자료를 기반으로 한다)은 이 대목에서 절정을 이룬다. 실제 농촌 현장에서 보면 2030 귀농인은 대개 혼자이고 따라서 동반 가족이 거의 없다. 그런데 어떻게 가구원수 3.6명이 나왔을까?

쉽게 필자의 예를 들어본다. 2010년 귀농 당시 필자와 아내는 40대 중ㆍ후반이었고, 두 딸은 10대(19ㆍ14살)였다. 그런데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보도 자료에서 당시 필자처럼 40대 이상 귀농가구의 동반가구원(39세 이하)을 모두 30대 이하 귀농가구의 동반가구원으로 둔갑시켰다. 이 엉터리 통계는 온라인을 통해 지금 이 순간에도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이렇듯 귀농ㆍ귀촌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이를 보조하는 산하 농정원(귀농귀촌종합센터)은 각종 언론매체의 도 넘은 귀농·귀촌 부풀리기와 띄우기를 조장했다는 원죄적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게 쌓이고 쌓이면 바로 ‘통계 적폐’가 된다.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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