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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TX 해고승무원 '눈물의 해단식'…"하늘에 있는 친구에게 들려 줄수 있어 기뻐"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날 정규직 복직 결정에 따라 농성 해제 발표
아이처럼 엉엉 울어

[헤럴드경제] “이 순간 자리에 함께하지 못하는 (하늘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을) 친구에게, 그리고 그 딸에게 우리가 옳았다는 얘기를 들려줄 수 있어서 기쁘다”

21일 오후 서울역 내에서 열린 전국철도노동조합과 KTX열차승무지부의 ‘철도 노사 교섭보고 및 천막농성 해단식’에서 KTX 해고승무원들은 얼굴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연신 닦아내야 했다.

이날 해단식은 해고된 지 12년 2개월 만에 이들에 대한 정규직 복직 합의가 이뤄진 데 따른 것이다.

12년 전 ‘지상의 스튜어디스’로 불리며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이들은 2006년 한국철도공사(코레일)를 상대로 정규직 전환 파업을 하다가 해고됐고, 강산이 한 번 바뀌는 시간을 넘기며 투쟁해왔다.

투쟁 현장에서는 의연했던 이들도 이날 정규직 복직 결정에 따라 농성 해제를 발표할 때는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사회를 맡은 양한웅 ‘KTX 해고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이 해단식을 앞두고 “이 자리가 해고승무원들이 몸에 쇠사슬을 감고 농성을 했던 바로 그곳” 이라고 소개하자 승무원들은 하나둘씩 눈물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해단식이 시작된 뒤 한동안 웃는 표정을 지어 보이던 김승하 KTX열차승무지부장역시 자신의 발언 차례가 돌아오자 참아왔던 설움을 한꺼번에 터뜨렸다.

김 지부장은 “오늘이 저희가 투쟁을 시작한 지 4526일 되는 날”이라며 “항상 투쟁하던 이곳에서 (복직) 문제가 해결됐다고 국민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는 게 꿈만 같다”고 말하고는 눈물을 훔쳤다.

그는 “13년 가까운 세월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며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이렇게 붙잡고 있는 너희가 멍청하다’는 얘기 많이 들었지만, 우리가 옳다는 믿음 하나로 버텨왔다”고 돌이켜봤다.

김 지부장은 세상을 떠난 동료 해고승무원을 떠올릴 때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지부장은 “그 친구도 하늘에서나마 이 광경을 보면서 웃고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민적인 지지가 없었다면 복직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90도로 허리를 굽혀 세 차례 절을 하기도 했다.

12년이 넘는 세월 이어진 싸움을 끝내는 이들은 이제 다시 철로 위를 달리는 날을 꿈꾸며 아직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또 다른 노동자들을 위해 투쟁할 것을 약속했다.

양한웅 집행위원장은 “이번 복직으로 끝이 나는 게 아니다,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곁으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고 해고승무원들에게 신신당부했다”며 “우리 승무원들도 그렇게 하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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