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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김병준 카드, 대박일까 쪽박일까
스포츠의 묘미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합을 긴장하며 볼 때다. 특히 야구는 8회 이후 종반전의 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울 때 말로 표현하기 힘든 박진감에 빠져든다. 앞서가는 팀도, 추격하는 팀도 이런 승부처에 내세우는 카드가 바로 구원투수다.

지난 지방선거 이후 허둥지둥 대던 자유한국당이 당을 살릴 구원투수로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등판시켰다. 김병준 전 실장은 자유한국당 입장에서 여러모로 파격이다. 폭망한 보수를 복원시켜야 하는 임무를 사실상 라이벌 정당의 전직 관료에게 맡겼다. 여기에 구시대 인물이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경력이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만 햇수로 10년 이상이나 지난 경험이기 때문이다.

가장 치명적인 비판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총리 지명을 놓고 논란을 빚었던 점이다. 노무현 정권과 가장 상극으로 이해되는 박근혜 정권의 총리를 맡겠다고 나서니 진보와 보수 모두로부터 환영받지 못했다. 이쯤 되면 구원투수를 잘 못 올려도 한참 잘 못 올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결과는 모를 일이다. 박근혜 정권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김종인 전 대표는 2016년 더불어민주당 선거 승리의 주역으로 탈바꿈하지 않았는가. 마치 평행이론에 가까운 기시감이다.

자유한국당이 빼든 김병준 카드가 대박일지 쪽박일지 속단하기는 이르다. 자유한국당 처지가 백약이 무효이고 속수무책인 상황이라 누가 오더라도 절대적인 메시아가 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김병준 카드의 성공과 실패 여부는 다음 세 가지에 달렸다. 우선 당의 지지율이다. 당내외 기반이 약한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강력한 혁신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지지층을 끌어 모아야 한다. 왜냐하면 지지율의 상승이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견인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성적표인 까닭이다. 조사기관에 따라 자유한국당 지지율에 차이가 있지만 현재 지지율에서 10%포인트 이상 더 높여야 희망이 보인다. 시간상으로는 적어도 민심이 요동치는 추석전후까지 말이다.

다음으론 공정한 공천 시스템이다. 김 위원장에게 공천권을 줄 리도 만무하겠지만, 주어졌다 하더라도 공정한 시스템이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김 위원장에겐 김영삼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발휘했던 공천 카리스마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계파의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공정한 공천 시스템을 만들어야 당내의 끊임없는 흔들기로부터 자유로워진다.

끝으로 김 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보수 이미지 복원에 달렸다. 수도권과 충청권에 거주하고 있는 보수층을 중심으로 자유한국당에 대한 비호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이전투구에 매몰된 의원들의 태도에 실망했고 지도부의 막말 퍼레이드에 절망한 탓이다.

대중들은 이제 김병준 구원투수를 통해 자유한국당이라는 팀을 평가하게 된다. 적어도 비대위원장 자리에 있는 동안은 김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에 따라 지지층의 평가도 달라진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전설 마리아노 리베라는 구원 등판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했다. 보수 혁신의 깃발을 내건 김병준 위원장의 성공과 실패 또한 오롯이 자신과의 싸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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