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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섹스·건 미끼…美여대생 위장 러 스파이”

러 비밀요원혐의 29세 부티나 체포
미인계 활용 美보수정계 접근
美매체 “러 유력 정치인이 스폰서”
‘굴욕외교’여론질타 속 트럼프 악재


2010년 미국에서 체포돼 러시아로 송환된 ‘러시아 미녀 간첩’ 안나 채프먼(35)과 수법이 판박이인 사건이 또 다시 발생했다. 이번에는 미국 워싱턴DC에 거주하는 29세 러시아 여성 마리아 부티나(Maria Butina)가 러시아 정부의 지시를 받고 요원 활동을 한 혐의로 체포됐다. 미 법무부의 조사에 따르면 그는 채프먼처럼 미인계를 활용해 공화당과 전미총기협회(NRA) 등 미국 보수 정치계에 접근했다. 러시아로부터 받은 지령은 총기 옹호 단체를 만들어 미국 정치인들과 관계를 형성, 미국 의사결정기구에 침투하는 것이었다. 러시아정부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련 발언이 연일 논란을 일으키는 가운데 일어나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체포 사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중에 발표됐다. 이번 미녀스파이 사건은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을 부정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체포된 부티나는 워싱턴DC의 아메리칸대학 학생이자 총기 소지권을 옹호하는 ‘무기를 소지할 권리’(Right to Bear Arms)라는 단체를 설립한 인물이다. 이 여성은 러시아 정보 요원들과 접촉을 유지하며, 미국 정계에 영향을 미치고 총기소지 옹호단체에 잠입하려 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당국은 그가 잠입하려 한 해당 단체를 밝히지 않았지만, 부티나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미국의 강력한 로비 단체인 미국총기협회(NRA)가 후원하는 이벤트에 자주 참여한 사진이 게시돼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이 검찰측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여성은 미 의사결정 기구 침투를 목적으로 워싱턴DC와 뉴욕에서 만찬을 마련해 미 정치인들과의 관계 형성을 시도했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영국 BBC 등은 미 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부티나가 자신이 목표로 한 미국 특별 이익 단체와의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성관계를 제안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부티나는 해외 정보요원인 사실을 등록하지 않고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음모 혐의로 기소됐지만 아직 간첩죄로 기소된 것은 아니다. 법무부는 이날 부티나가 도주 우려가 있다면서 재판 때까지 그를 구속할 것을 연방법원에 요청했다.

미국 현지 매체들은 부티나가 알렉산더 토르신 러시아 연방은행 부총재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그와 온라인 메시지를 통해 연락해 왔다고 보도했다. 부티나의 비자 신청서에는 토르신의 특별 보좌관으로 고용된 적이 있다고 기재돼 있으며, 부티나의 페이스북에도 토르신과 함께 찍힌 사진이 여러 장이다. 전직 러시아 의원인 토르신은 미국 재무부의 제재 대상이며,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부티나 측 변호인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변호인은 “부티나는 학생 비자로 미국에 와 국제관계학 석사 학위를 받은 학생일 뿐”이라며 “그가 미국의 특정 정책이나 법률 등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고 볼 수 있는 점은 어떤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미 법무부가 부티나를 체포하며 제기한 혐의는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상식 기자/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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