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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이 바꾼 풍경] 애주가도 ‘한잔’보다 ‘샤워’ 생각뿐…포장마차ㆍ맥주집은 ‘텅텅’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야외 포장마차. 더워서 사람이 없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낮동안 땀 흘려 찝찝해 귀가할 생각 뿐”
-야외 포장마차ㆍ고깃집 등 손님 반으로 뚝
-“약속도 민폐…집엣 에어컨 틀고 쉬겠다”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 ‘집이 최고다.’ 서울 강남의 한 중소기업 영업직으로 일하고 있는 김현재(33) 씨는 최근 저녁 약속을 반으로 줄였다. 사람과 술자리를 좋아하지만 계속되는 폭염 때문이다. 밤에도 기온이 떨어질 생각을 안하니 술을 마시고 집에 가려면 땀 범벅이 돼 찝찝했다. 그는 “며칠 전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는데도 집에 가서 샤워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면서 “시원한 맥주도 그때 뿐, 나가면 땀으로 젖는다. 집에 가서 에어컨 틀고 쉬는 게 최고다”고 했다.

일주일 넘게 계속되고 있는 역대급 가마솥 더위가 저녁 풍경까지 바꾸고 있다. 주당들도 퇴근 후 그 좋아하는 술을 포기하며 술집 대신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밤 최저기온이 25도가 넘는 오르는 열대야에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바깥 활동을 삼가는 분위기다.

지난 18일 찾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야외 포장마차엔 평소보다 훨씬 적은 손님들이 있었다. 한달 전까지만 해도 퇴근길 시원한 바람을 쐬며 맥주잔을 기울이는 사람들도 붐볐지만 이날은 한적했다. 이곳에서 20년째 포장마차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67) 씨는 “날이 더워도 정도껏 더워야지 이런 폭염에 누가 바깥에서 술을 먹고 싶겠느냐”고 토로했다. 

18일 오후 서울의 한 식당의 모습. 업주는 “요 며칠 에에컨을 켜고 문 열어놔도 손님들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하소연 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서울 종로구 먹자골목도 마찬가지였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최모(51) 씨는 오후 7시가 되어도 떨어지지 않는 해가 “원망스럽다”고 했다. “일단 해가 떨어져야 저녁장사가 되는데 저녁에도 대낮처럼 더워 큰일”이라고 덧붙였다.

‘에어컨 빵빵 해요’, ‘생맥주 1+1’, ‘안주 공짜’ 등으로 귀가하는 애주가를 유혹하는 가게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낮 동안 더위에 지쳐 집 생각뿐인 사람들을 불러들이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날 오후 8시께 인근 술집에서 나온 직장인 정모(42) 씨는 “업무 특성상 계속 밖을 돌아다녀야되는데 오늘 땀을 너무 많이 흘렸다. 더 있으면 주변 사람들에게도 민폐”라고 멋쩍게 웃었다. 

여름 밤 장사가 쏠쏠했던 상인들은 올해 더위가 역대급 폭염을 기록한 1994년 보다 더 지독할 수 있다는 소식에 한숨을 토했다. 여의도역 앞에서 만난 식당 직원은 “에어컨 틀고 문을 활짝 열어둬도 사람들이 안 온다”며 “나도 일 나온 지 얼마 안되었는데도 집 가고 싶은데 하루 종일 일한 사람들은 오죽하겠느냐”라고 했다.

기상청은 당분간 폭염이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낮 기온이 최고 37도까지 오르고 밤에는 열대야 현상까지 나타난다. 기상청은 “열사병과 탈진의 위험이 높다”며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는 가족 및 이웃이 수시로 상태를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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