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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석탄 세탁’ 선박은 중국 소유…“북한산 가능성”…억류는 안해
정부 “억류할 합리적 근거 부족”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의해 거래가 전면 금지된 북한산 석탄 9156t을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지난해 10월 한국에 하역한 선박 2척의 선주는 모두 중국회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헤럴드경제가 18일 아태지역 항만국 통제위원회(도쿄 MOU) 자료를 검색한 결과, 북한산 석탄을 하역한 ‘스카이 엔젤’과 ‘리치 글로리’는 모두 중국 랴오닝성 다롄(大)에 주소지를 둔 중국업체를 선주로 하고 있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은 지난달 ‘연례보고서 수정본’을 통해 러시아 사할린주 홀름스크항에서 실린 북한산 석탄이 지난해 10월 2일과 11일 각각 인천과 포항에 하역했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두 선박이 4개월 만에 다시 한국에 입항했을 때 우리 정부는 하역된 석탄이 북한산일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선박에 대한 안전 검색만 했을 뿐, 나포ㆍ억류를 하지 않았다.

도쿄 MOU 기록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리치 글로리호는 지난 2월 20일, 스카이 엔젤호는 지난 2월 21일 인천과 군산 항에서 각각 안전검사를 실시했다. 스카이 엔젤호와 리치 글로리호는 각각 운항안전 및 작업여건 등의 항목에서 각각 4건과 2건의 결함이 발견됐지만 억류되지는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선박들에 대한 억류가 이뤄지지 않은 배경에 대해 “당시 정황에 대한 보고만 있었을 뿐, 선박을 억류할 만한 ‘합리적 근거’가 부족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2일 채택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의 제9항은 ‘기만적 해상 관행’을 통한 ‘석탄의 불법 수출’ 등 제재위반 행위에 관여했던 선박이 자국 항구에 입항했다는 합리적 근거가 있으면 ‘나포, 검색, 억류’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해 말 억류된 라이트하우스 원모어호나 코티호의 경우 북한 선박과 직접 불법환적을 한 사진이 있었고, 북한 선박이 직접 개입한 사례였기 때문에 억류할 만한 근거가 있었다”며 “하지만 스카이 엔젤호나 리치 글로리호는 아직 조사 중인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제재 구멍’의 사례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말과 올초 정유제품을 불법 환적으로 북한 선박에 넘긴 혐의가 있는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와 코티호도 여수항과 평택ㆍ당진항에 억류된 바 있다.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과 포항으로 유입된 북한산 석탄은 북한 원산과 청진에서 출항해 러시아 홀름스크항에서 환적됐다.

능라2호, 운봉2호, 을지봉6호 등 북한 선박들은 석탄을 싣고 지난해 8월 초부터 9월 하순까지 러시아 사할린 남부 홀름스크항에 환적, 이후 10월 북한산에서 러시아산으로 ‘둔갑’한 석탄들이 스카이 엔젤호에 실려 4000t, 리치 글로리호를 통해 5000t이 인천과 포항에 각각 도착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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