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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대통령이 러시아 편들다니…” 미국 발칵
“러시아 대선개입 조사는 재앙
미국탓에 관계악화” 발언 파문


미국과 러시아간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정보당국의 러시아 대선개입 조사에 대해 “재앙”이라며 미국 탓에 양국간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과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에선 자국 이익을 수호할 대통령으로서의 의무를 망각한 처사라는 격앙된 목소리가 일제히 터져나왔다. ▶관련기사 8면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핀란드 헬싱키 대통령궁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진 단독ㆍ확대 정상회담 후공동기자회견에서 “나는 러시아가 왜 대선을 방해하려고 했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며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개입한 게) 아니라고 했다. 그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가 지난 2016년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미 정보당국의 조사 결과를 뒤집는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조사로 양국이 협력하지 못한 점을 “재앙”이라고 했고, 이런 의혹을 조사한 것도 “어리석은 일”이라고 했다.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정보당국의 조사를 부정하고 상대국인 푸틴 대통령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두둔했다며 분노와 충격을 나타냈다. CNN 앵커 앤더슨 쿠퍼는 생방송 중 “여러분은 지금까지 미 대통령이 보인 가장 수치스러운 장면을 지켜보셨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양국 정상이 러시아의 대선개입 의혹을 함께 부인하는 놀라운 광경이었다”며 “결국은 푸틴의 승리”라고 규정했다. NYT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날 칼럼에서 “오늘 트럼프 대통령은 미합중국의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취임 선서를 버렸다”고 맹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미국을 위해 일어나야 할 순간, 절을 하기 시작했다”며 ‘저자세 외교’를 혹평했다. 평소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폭스뉴스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폭스비즈니스 진행자인 네일 카부토는 “보수ㆍ진보를 떠나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했다”며 “우리의 가장 큰 적, 상대국, 경쟁자에게 가벼운 비판조차 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리의 동맹이 아니란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공화당 대선후보를 지냈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트럼프의 행동은 불명예스럽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보다 러시아의 이익을 우선시했다”며 이번 정상회담을 준비한 백악관 안보팀의 청문회 출석을 요구했다.

미 정보당국도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댄 코츠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성명에서 “러시아가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우리의 평가는 분명하다”고 했다.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대통령의 발언은 반역적이며 중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양영경 기자/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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