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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매, 얼마나 아십니까①] 서울 한복판에 치매노인이 운영하는 카페가 있다
[사진=‘기억다방’에서 방문객이 음료를 주문하고 있다.]

-서울시ㆍ㈜한독 ‘기억다방’ 다녀와보니
-치매노인이 보조 바리스타로 손님맞이
-‘늦게 나와도, 잘못 나와도 이해’ 규칙 눈길
-기억 커피ㆍ기억 오로라 등 이색음료 인기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즐거워요. 손님들을 상대하다보면 머릿 속이 맑아지는 것 같아요.”

지난 12일 오전 11시 서울 강서구 등촌동 NC백화점 앞에서 운영한 ‘기억다방’ 내 보조 바리스타로 함께 한 배모(76ㆍ여) 씨는 시종 환한 미소로 밀려오는 방문객을 맞이했다. 배 씨는 경도인지장애를 앓고 있다. 일상생활은 가능하나 동년배에 비해 기억력이 떨어진 상태로, 노화와 치매의 중간단계에 해당한다. 배 씨에게 ‘기억 커피’와 ‘기억 오로라’를 전해 받은 김동환(49)ㆍ임수진(47ㆍ여) 부부는 “치매 전조 증상을 가진 어르신이 방문객을 하나하나 챙기시는 모습이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기억장애 노인들이 방문객을 맞는 기억다방이 눈길을 끈다.

서울시와 ㈜한독이 운영하는 이 이동식 차량카페의 보조 바리스타는 모두 경도인지장애 혹은 경증치매 환자로 구성된다. 주문과 다른 음료가 나오거나, 조금 늦게 나오더라도 활짝 웃는 것이 규칙이다. 일상에서 기억장애 노인들을 만나 이들과 소통ㆍ공감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시민의 호응도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날 기억다방을 찾아보니 음료 주문 방법부터 독특했다.

가령 시원한 음료를 원한다면 보조 바리스타인 배 씨 앞에서 ‘나의 소중한 기억을 지킬 수 있도록 차가운 커피를 주세요’란 문장을 외워 주문해야 한다. 단 시간에 긴 문장 외우기를 체험하며 기억장애 노인이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을 이해하는 시간이다. 성공하면 음료는 공짜다. 주부 이민화(49ㆍ여) 씨는 “생각보다 안 외워져 답답했다”며 “치매환자들은 모든 순간 이런 경험을 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기억다방의 주 메뉴인 기억 커피와 기억 오로라도 색달랐다.

각각 카페라떼와 블루레몬에이드를 기본으로 만든 음료로, 이 안에는 한독에서 만든 치매예방 영양제가 함께 들어간다. 이와 함께 아메리카노, 녹차, 매실차, 쌍화차 등 일반 음료도 제공중이었다. 컵에는 기억장애 노인의 얼굴이 캐릭터로 그려졌다. 음료를 받은 몇몇 방문객은 휘핑크림 위 ‘노란 가루’가 신기하다며 사진을 찍었다.

기억다방의 일일 운영인원은 모두 자원봉사자를 더해 모두 10명 안팎이다. 보조 바리스타로 일하는 기억장애 노인은 매일 바뀐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11시부터 오후 4~5시로 자치구마다 다르다. 하루 만드는 음료는 기본 300잔이다. 시 관계자는 “최근에는 방문객이 늘어 400잔 이상을 만들때도 많다”고 했다.

기억다방에는 이동식 차량 뿐 아니라 치매예방 같은 그림찾기 게임ㆍ오엑스(OX) 퀴즈 부스, 치매 전문가가 있는 상담부스도 자리했다. 방문객은 게임ㆍ퀴즈를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치매 정보를 얻었고, 상담을 통해 고민과 걱정거리를 공유했다. 임순자(60ㆍ여) 씨는 “치매는 언젠가 마주해야 할 병이라는 막막함이 있었는데, 어느정도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을 퀴즈와 상담으로 알게 됐다”며 “주변 친구들도 기억다방을 방문할 수 있도록 ‘밴드’에 오늘 경험담을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와 한독은 이달 말까지 서울 전 자치구를 돌며 기억다방을 운영할 예정이다. 자세한 일정과 장소 등은 기억다방 홈페이지(http://기억다방.kr)에서 확인하면 된다. 한독은 이후에도 운영이 계속될 수 있도록 다음 달에 기억다방 운영을 위한 차량과 설치 장비 등을 시에 기증할 계획이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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