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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PAS]스타벅스의 ‘나홀로 서기’
[헤럴드경제 TAPAS=민상식 기자] ‘에스프레소의 나라’ 이탈리아의 커피 문화는 우리와 사뭇 다르다. 1유로짜리 에스프레소를 선 채로 순식간에 마시는 이탈리아인들은 자국 커피 문화에 대해 자부심이 강하다. 세계 최대 커피체인 스타벅스 역시 이탈리아와 관련이 깊다. 하워드 슐츠(65) 스타벅스 회장은 1980년대에 이탈리아 밀라노와 베로나를 여행할 때 이탈리아 사람들의 커피에 대한 열정 등에 영감을 받아 스타벅스를 창업했다.

이탈리아 로마 한 카페의 카푸치노 [사진제공=게티이미지]

그러나 스타벅스의 커피 철학은 이탈리아 문화와 다르다. 스타벅스는 ‘커피가 아닌 공간과 문화, 경험을 파는 기업’이다. ‘대량 생산하는 획일화된 맛의 커피’라는 이미지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타벅스가 커피 맛 본질에 집중하는 이탈리아에 진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예상과 달리 2016년 7월 슐츠 회장은 이탈리아 진출을 선언했고, 2년 후인 올해 9월 밀라노 중심가에 스타벅스 1호점이 개점할 예정이다.
스타벅스는 에스프레소에 길든 이탈리아인의 입맛을 어떻게 사로잡을 수 있을까. 스타벅스의 전략은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대형화ㆍ고급화ㆍ현지화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스타벅스 첫 매장 [사진제공=스타벅스]

■ 핵심 전략, 현지 유통사와 합자경영

슐츠 회장은 2016년 7월 당시 “이탈리아에 진출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첫 점포는 디테일에 공을 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매장은 거대한 규모에 최대한 고급스럽게 꾸민다. 스타벅스의 이탈리아 1호점은 스타벅스 평균 매장 크기의 10배가 넘는 유럽 최대 규모다. 또 매장 안에는 커피를 볶는 로스팅 작업장과 시음 공간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탈리아 진출과 첫 매장을 위해 현지 고용 직원은 300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핵심 전략은 ‘현지화’다. 스타벅스는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현지 업체와 손을 잡고, 현지 고객 특성을 파악해 마케팅 전략을 세운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관계자는 “각 국가마다 스타벅스의 현지화 방법이 판이하다”면서 “국내에서 판매하는 메뉴나 상품 중에는 다른 나라 매장에서는 팔지 않는 것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현지화를 위해 손을 잡은 기업은 패션유통 그룹인 페르카시(Percassi)다. 나이키와 자라 등 외국 브랜드를 이탈리아에 유통해온 페르카시는 유럽 내 가장 영향력 있는 화장품 로드샵 브랜드 키코(Kiko) 운영사로 유명하다. 이는 유통업체라는 이점을 가진 신세계그룹과 합작사를 세우고 한국에 진출한 것과 같은 방법이다. 동유럽 진출의 경우에도 동유럽 최대 패스트푸드 유통사인 암레스트(AmRest)와 협력했고, 인도 진출은 타타그룹의 음료 유통기업인 타타 글로벌 베버리지스(Tata Global Beverages)와 손을 잡았다.

2006년 8월 개설된 일본 도쿄 긴자의 스타벅스 재팬 1호점 [사진제공=게티이미지]

■ 일본, 합자경영 → 독자경영

스타벅스가 진출한 전 세계 75개국 중 매출 규모가 1조원이 넘는 국가는 미국, 중국, 일본, 캐나다, 한국 등 5개국에 불과하다. 그만큼 중국, 일본은 스타벅스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현재 중국과 일본의 매장 수는 각각 3300곳과 1200곳에 달한다. 일본 시장은 철저한 ‘일본화’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일본 스타벅스는 독자경영 방식으로, 스타벅스의 100% 자회사다. 애초 일본 진출은 호텔메리어트그룹과 함께 나리타에 매장을 내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별다른 현지화 전략이 없어 실적부진에 곧바로 철수했다. 이어 1995년 현지 소매업체 사자비 리그(Sazaby League)와 합작사를 세워 다시 한번 일본에 진출했고, 현지화 정책으로 매장 수를 1000곳 이상으로 늘렸다.
합자경영으로 일본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던 2014년 9월 스타벅스 본사는 일본 스타벅스를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사자비리그로부터 일본 스타벅스 법인의 주식 60.5%를 9억1350만 달러(약 1조원)에 사들인 것이다.
독자경영으로의 전환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매출 기여도가 높은 일본 시장 내 사업을 재정비하려는 이유다. 스타벅스는 2012년 인수한 고급 차(茶) 전문 브랜드 티바나(Teavana)의 차 사업을 스타벅스 매장을 중심으로 개편할 계획을 갖고 있다.

중국 상하이의 세계 최대 규모의 스타벅스 매장 [사진제공=스타벅스]

■ 중국, 라이선스 → 합자 → 독자

1999년 스타벅스가 중국시장에 진출하면서 채택한 방식은 지분 보유 없이 경영하는 라이선스 방식이었다. 베이징과 상하이, 광동 지역의 경영권을 각각 베이징메이따(北京美大)와 대만계 식품기업 통이(統一)그룹, 홍콩 메이신(美心)에 부여했다. 스타벅스가 받는 브랜드가맹비 등의 수익은 최대 20%에 불과했다.
이후 중국 시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2003년부터 스타벅스는 각 회사로부터 지분을 사들이고, 중국 내 다른 도시에 직영 매장을 개설하기 시작했다. 베이징메이따 스타벅스와 광동 메이신 스타벅스의 지분율을 늘리고, 상하이통이 스타벅스의 경우에는 5%였던 지분율을 50%까지 확보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상하이통이 스타벅스의 나머지 지분 50%를 13억 달러(약 1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이는 스타벅스 단일 지분 인수로 최대 규모다.
스타벅스의 이같은 통 큰 투자가 가능한 것은 중국이 스타벅스의 세계 최대 거점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2022년까지 중국 본토 내 매장을 6000개로 늘린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왕징잉(王靜瑛) 중국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인수 당시 “상하이통이 지분 인수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독자 경영을 통해 공간과 문화, 경험을 파는 스타벅스 문화를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상하이에 일반 매장의 300배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타벅스 매장을 열었다. 이 곳은 중국 첫 티바나 바와 함께 미국 시애틀에 이은 두 번째 로스팅 작업장도 자리잡았다. 슐츠 회장은 당시 상하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10년 내 스타벅스의 최대 시장이 될 것이고, 중국이 미국 시장보다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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