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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통시장, 스스로 변해야 산다 中]잘 나가는 시장엔 □□□가 있다
비단길현대시장

시장상인들 변화흐름 적극 수용
정부·지자체 공무원과 의기투합
특색있는 콘셉트 만들고 가꾸고
멀리 보고 가격책정 등에도 신중


지난 10일 오전 11시 서울 금천구 시흥동 비단길현대시장. 독산로~시흥대로를 잇는 골목길을 따라 만들어진 이 시장은 평일 오전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젊은 연인부터 50~60대 주부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곳곳에는 ‘실크로드’의 상징 낙타 캐릭터가 있었으며, 한 가운데는 야자수와 피라미드로 꾸민 만남의 공간이 자리했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박수연(45ㆍ여) 씨는 “길게 이어지는 시장길의 특징을 비단길로 살렸다는 점이 재미있다”며 “상인들도 콘셉트를 유지하기 위해 청결에 특히 신경 쓰는 느낌”이라고 했다.

상인 김모(51ㆍ여) 씨는 “지역주민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도 눈에 띄게 늘었다”며 “비단길현대시장을 서울의 진짜 ‘실크로드’로 만들자고 상인, 공무원이 함께 의기투합한 상태”라고 말했다. 잘 나가는 서울 전통시장에는 공통점이 있다. 정부와 서울시ㆍ자치구, 시장이 손을 꽉 잡고 저마다의 딱 맞는 색깔을 다져간다는 점이다. 특히, 시장 상인이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 적극적인 모습이다.

종로구 통인동 통인시장도 좋은 예다. 웬만한 대형마트ㆍ온라인 쇼핑몰보다 높은 통인시장의 인지도는 ‘엽전 마케팅’ 덕분이다. 엽전은 통인시장이 경복궁, 북촌한옥마을과 가까운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상인과 공무원이 머리를 맞대 2012년 꺼낸 아이디어다.

같은 날 오후 1시 통인시장을 찾아보니 수십명의 방문객이 엽전과 도시락통을 들고 시장을 누비는 중이었다. 앞서 시장 내 ‘도시락카페 통’을 찾아 현금을 엽전으로 바꾼 이들이다. 방문객은 음식 판매대를 뷔페 돌듯 걸으면서 엽전과 먹거리를 교환했다. 떡볶이와 김치전, 닭꼬치 등 종류도 다양했다. 

통인시장

통인시장은 2200㎡ 규모다. 전통시장치곤 작은 규모지만 늘 서울의 이색시장 1순위로 언급된다. 이 날은 대전에서 30~40명 학생이 방문했다. 김건희(17) 군은 “마주하는 상인마다 엽전 사용법을 친절히 알려줘 고마움을 느낀다”며 “근처 식당보다 싼 값으로 훨씬 많은 종류의 음식을 만끽하는 중”이라고 했다. 전 종류를 파는 상인은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해 준 좋은 아이디어를 이어가려면 우리도 노력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흔한 시장에서 하루 6만명이 찾는 ‘육회ㆍ빈대떡 명소’가 된 종로구 예지동 광장시장도 성공 사례다. 2002년 이후 서울시와 종로구, 시장은 음식을 싼 값으로 푸짐히 접할 수 있는 장소라는 홍보에 집중했다. 4만2975㎡에 펼쳐진 온갖 점포에서 이불, 한복 등을 싸게 살 수 있으니 1석2조다. 그 사이 시설개선사업 지원도 이뤄졌다.

이날 오후 3시 찾은 광장시장은 무더위는 문제가 안 되는듯 활기로 가득했다. 육회 식당 앞은 대기줄이 끝없이 이어졌다. 길 위 의자에서 김이 모락나는 녹두전과 고기전, 잔치국수로 머리를 맞댄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친구와 같이 온 신혜영(24ㆍ여) 씨는 “1만원 한 장이면 세 명이 배불리 먹는다”며 “돈 없는 학생부터 시장 음식에 익숙한 노인까지 모두 좋아할 조건”이라고 했다. 20년 넘게 장사중인 상인 임모(59) 씨는 “우리 스스로도 청결유지 사업, 안내표지판 설치 사업 등을 진행중”이라며 “멀리 보자는 구호 아래 가격책정에도 신중을 기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시장의 역사와 특징, 문제점은 시장이 가장 잘 알 수밖에 없다”며 “어느 한 쪽만의 주도로는 콘셉트를 잡는 일부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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