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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물 환영·찬양가·율동·포옹…아시아나항공의 ‘회장님 영접 매뉴얼’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제2차 문화제’에서 직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헤럴드경제=이슈섹션] 한 달에 한 번 방문하는 회장님을 위한 찬양곡과 율동, 그리고 눈물의 영접과 팔짱에 기쁨의 미소는 필수…. 듣는 이의 귀를 의심케 하는 위와 같은 행동이 매월 벌어지는 곳, 다름 아닌 아시아나항공 신입 교육생들의 강의실에서 박삼구 회장을 영접하는 방법이다. 최근 한 언론보도를 통해 전해진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교육생의 ‘기쁨조’ 동원 의혹에 대해 온라인 공간상에서는 이를 비난하는 여론이 쇄도하고 있다.

9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익명 인터뷰에 나선 아시아나의 한 승무원은 “모든 승무원들이 매달 똑같이 겪어온 사례”라며 매월 이뤄지고 있는 신입 교육생과 박삼구 회장과의 만남자리에 대해 이 같이 전했다.

이 승무원은 또 박삼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신입 교육생 강의실로 들어오면 교관이 먼저 고마움의 눈물을 흘리고 이에 교육생들도 모두 눈물을 흘려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박 회장 방문전 교관은 교육생 중 3-4명 정도를 골라 달려가서 반기는 역할을 지정해 주기도 했다”며 “이 교관은 ‘누구 씨는 (회장님의) 왼쪽 팔짱 누구 씨는 오른쪽 팔짱을 끼라’고 하면서 옆에 딱 붙어서 ‘(회장님을)모셔오라’고 하며 포지션 위치와 행동까지 자세히 정해줬다”고 밝혔다.

이어 “박 회장 주변을 삥 둘러선 이후엔 ‘회장님 이제 오셨습니까’, ‘회장님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기다리느라 힘들었습니다’ 등의 반가움의 멘트와 함께 ‘몇 기 누구입니다’라고 하며 자기 기수와, 이름 그리고 준비했던 멘트를 쏟아냈다”고도 밝혔다.

준비한 멘트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 승무원의 증언에 의하면 ‘회장님 보고 싶어서 밤잠을 설쳤습니다’, ‘어젯밤 꿈에 회장님이 나오실 정도였습니다. 회장님 사랑합니다’ 등 교관 앞에서 연습한 멘트를 또 다시 쏟아내며 박 회장의 방문에 대해 격한 반가움을 드러내야 했다고 전했다.

간부들의 만족도를 올리기 위해 박 회장이 ‘이제 가야겠다’라며 강의실을 떠나려 할 경우 ‘더 계시다 가시라’고 붙잡는 시나리오까지 준비했다며 이는 박 회장의 머무는 시간에 따라 간부들의 만족도가 달라졌기 때문이었다는 게 이 승무원의 증언이다.

이 승무원은 박 회장에게 하면 안되는 발언 중 ‘회장님 한 번만 안아 주십시오’라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로 두 세 번 안을 수 있는 데 한 번이라고 하면 기분 나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독재국가 독재자에게나 있을법한 기쁨조를 연상케 하는 이 같은 사내문화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은 왜 거부의사를 표시하지 않았을까. 이에 대해 이 승무원은 인사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입사초기엔 언제든지 해고가 가능한 1년 인턴 계약직에 기간이 지난 후에야 소정의 심사를 거쳐 정직원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하겠다’ ‘못하겠다’는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아시아나그룹 직원들은 지난 6일에 이어 8일에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경영진 규탄 집회를 열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익명 커뮤니티 채팅공간 ‘침묵하지 말자’에 접속 중인 인원은 3000명에 가깝다. 직원들은 이 채팅방을 통해 박 회장의 갑질을 잇딸라 폭로하고 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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