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라즈베리, 메밀국수·브로콜리
함께 먹으면 더 건강해지는 ‘환상의 조합’
음식에도 ‘궁합’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식품들은 함께 섭취하면 상극이기도 하지만, 어떤 식품들은 서로 만나 건강상 이점이 배가 된다. 실제로 과학적 연구가 증명한 ‘꿀조합’이 있다.
사과에는 특히 ‘현대인 만성질환’의 원인이 되는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있다.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 연구에 따르면 말린 사과 75g을 매일 먹은 여성은 3개월 뒤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수치가 9%나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6개월 뒤에는 24%로 낮아졌다. 또한 사과에 들어있는 강력한 항산화 성분인 케르세틴과 식물 영양소가 염증을 진정시키고 혈관 건강을 지키는 데에 도움이 된다. 핀란드에서 성인 남녀 9208명의 식습관을 28년 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사과를 자주 먹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눈에 띄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영양학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라즈베리, 크랜베리, 석류에는 산화방지제인 케르세틴과 엘라그산이 들어 있다. 폴리페놀의 일종의 엘라그산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물질로, 갱년기 여성들이 꾸준히 섭취하면 갱년기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또한 딸기류의 암세포 사멸을 유도한다. 이는 케르세틴도 마찬가지다. 케르세틴, 엘라그산과 같은 항산화물질은 여러개가 결합할 경우 훨씬 더 능동적으로 작동해 건강상 이점을 많이 준다. 두 가지 항산화 물질이 세포 노화로 인한 만성 질환은 물론 암 예방과 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두 물질이 쌍으로 만난 것이 바로 메밀국수와 브로콜리다. 메밀에는 루틴 성분이 풍부하다. 루틴 성분은 모세혈관을 강하게 만들어 혈압을 낮추고 혈전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브로콜리는 비타민C가 풍부해 루틴의 활성을 돕는다. 또한 비타민C는 우리 몸 속 세포의 노화와 염증을 일으키는 활성산소의 공격을 억제하는 강력한 항산화 성분이기도 하다.
두 식품은 함께 만났을 때에도 시너지를 발휘하지만 개별 식품으로도 건강상 이점이 많다.
양파에 들어있는 황화합물은 체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내리는 효과가 있다. 수단 게지라 대학에서 진행된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2010)에선 하루 100g의 양파가 들어있는 황화합물은 혈당 수치를 현저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국내 건국대 연구팀(현재 서울대 이기원 교수)은 양파에 다량 함유된 폴리페놀 성분인 케르세틴과 미리시틴의 암 예방 효능을 밝혀냈다. 연구팀에 따르면 케르세틴은 발암과정에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단백질(Raf, MEK)과 결합해 활성을 저해, 암 예방 효과를 보였다.
병아리콩은 단백질 함량이 높은 식물성 단백질 공급원이다. 100g당 19.3g이나 들어 있다. 칼슘도 풍부하다. 병아리콩의 칼슘 함량은 100g당 105㎎이나 된다. 호주 타스마니아 대학(University of Tasmania)에서 진행된 연구(2006)에선 47명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5주동안, 한 그룹에는 병아리콩이 들어 있는 식단을, 다른 그룹에는 밀가루 첨가 식단을 제공했다. 5주 후 결과를 확인하니, 병아리콩을 섭취한 그룹의 경우 밀가루 식단을 섭취한 그룹보다 총 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4.6%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승희 기자/s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