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추억의 전자오락 ‘테트리스’ 하러갈래?
익선동 골목 초입에 위치한 전자오락실 외관
옛 오락실·만화가게·복고풍 카페 늘어서
한옥가게 즐비한 익선동 ‘핫플레이스’ 로
중장년층 향수 자극…‘1020’까지 사로잡아

종로3가역 6번 출구로 나오자 낯익은 갈매기살 골목이 펼쳐진다. 저녁 장사 준비에 한창인 이곳을 지나 골목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최근 ‘핫플레이스’로 부상한 익선동이 나타난다. 지난 28일 찾은 이곳은 평일 오후에도 줄이 길게 늘어선 점포가 많았다. 한옥을 개조한 이색적인 외관과 복고풍 간판에 휴대폰 카메라 버튼을 누르는 손들이 바삐 움직였다.

익선동 골목 초입에서 만난 건 전자오락실이다. ‘오락실’ 세 글자가 크게 적힌 간판 아래 ‘최신게임 없음’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들어가보니 ‘테트리스’, ‘보글보글’ 등 향수를 자극하는 전자오락 게임기가 10여대 가량 늘어서 있다. 가상현실(VR) 게임방이 생겨나는 와중에 과거로 시간여행을 온 듯 했다. 이곳에서 만난 20대 여성들은 “호기심에 들어와봤는데 어렸을때 했던 ‘보글보글’같은 게임을 보니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다”고 했다.

조금 더 걸어가니 이번엔 ‘만홧가게’라는 간판이 보였다. 이곳에선 30대라면 학창시절 즐겨봤을 법한 만화 월간지인 ‘챔프’, ‘윙크’부터 마블코믹스 그래픽 노블까지 두루 만나볼 수 있다. 일반 만화 전문점에 비해 서적 수량은 적지만 한옥의 건넌방 같은 공간에서 연인, 친구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직원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와중에도 손님이 쉼없이 들어와 대화를 이어가기 미안할 정도였다. 이곳 직원은 “대학교 종강 시즌이라 평소보다 (손님이) 더 많은 것 같다”며 “젊은 분들만 오시는 건 아니고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이 예전 만화를 보러 오시기도 한다”고 했다.

익선동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점 중 하나는 ‘경양식 1920’이다. 옛 경양식집에서 팔던 돈가스, 함박스테이크, 사라다(샐러드) 등의 메뉴를 취급한다. 홀에는 하얀 테이블보 깔린 테이블과 화려한 꽃무늬 소파가, 계산대에는 1980년대 가정집에 있었을 법한 다이얼 전화기가 자리했다. 옛 경양식집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가게 사장이 나이프, 포크 등을 일부러 묵직하고 투박한 것으로 골라오기도 했다고 직원은 설명했다.

익선동 카페들은 외관이 한옥이라는 점에서 다 비슷해보이지만 각양각색 메뉴와 내부 인테리어로 차별화를 꾀했다.

유명 카페 ‘서울커피’는 이날 빈자리가 없었지만 방문객 대부분이 그냥 발길을 돌리진 않았다. 대표 메뉴인 ‘앙버터 식빵’을 포장해가는 이들이 많았다. 외국인 관광객도 다수 눈에 띄었는데 단호박식혜, 미숫가루, 인절미 티라미수 등 한국적 메뉴에 관심을 보였다.

또 다른 카페 ‘민화 부티크’는 실제 민화 작가가 운영하는 곳이다. 카페 곳곳이 그의 작품으로 장식돼 있다. 직원 유니폼인 개량한복도 작가가 손수 만든 것이라고 직원은 귀띔했다. 자개밥상을 개조한 입식 테이블과 스테인드글라스 조명 등 내부 장식도 독특했다. 이곳 직원은 “인테리어가 고풍스럽다보니 SNS 등에 사진 올리길 즐기는 젊은 분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 같다”고 했다.

익선동 상가들은 단순히 복고 감성을 파는 데 그치지 않는다. 낡고 익숙한 것에 새로운 감성을 입혀(뉴트로) 복고에 향수를 느끼는 중장년층부터 1020 젊은 세대까지 사로잡고 있다. 한옥집에서 드립커피와 스테이크를 팔고, 동네슈퍼 같은 가게에서 티라미수를 먹게 한다. 60대 한 여성은 “이 동네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옛 생각도 나고 멋지게 꾸며놓은 걸 보니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반면 젊은이들에게 익선동 골목은 공유하고 싶은 이색 경험이다. 인스타그램 검색창에서 ‘익선동’ 해시태그(#)를 입력하면 33만건이 넘는 게시물이 검색된다. 이같은 한옥 골목의 매력은 익선동 상권을 크게 활성화시켰다.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따르면 4~5년 전까지만 해도 임대료(보증금 별도)가 3.3㎡(1평)당 5만원 대였지만 익선동이 뜨면서 지난해 10만원을 넘어섰고 최근에는 20만원까지 오른 곳도 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상거래가 발달하면서 단순히 물건을 팔기만 하는 상권은 부진한데 개성있는 골목상권은 최근 SNS 등을 중심으로 부흥하고 있다”며 “단순히 물건을 팔기만 하는 것이 아닌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진 결과로 보인다”고 했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