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학硏-IBS,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 활용 ‘新 스크리닝법’ 개발
- 봄·여름철 유행하는 수족구병 감염 숙주 인자 찾아내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암을 비롯한 난치성 유전 질환 치료를 위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이 바이러스 질병 치료에도 접목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화학연구원 CEVI 융합연구단 바이러스 예방팀 김천생<사진> 박사와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 교정연구단 김진수<사진> 단장 연구팀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 바이러스 질병 치료를 위한 새로운 어레이 스크리닝법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최근 기후변화 및 교역, 여행의 증가로 메르스, 지카 등 신ㆍ변종 바이러스 질병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를 예방하고 진단ㆍ치료하기 위한 기술이 전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 치료법에는 바이러스 자체를 죽이는 방법과 바이러스 증식에 관여하는 숙주인자 기능을 억제하는 방법이 있다. 연구팀은 바이러스 증식에 관련있는 특정유전자인 숙주인자를 찾아내기 위한 스크리닝 기술을 개발했다.

숙주인자의 기능을 억제하는 치료약물이나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3만개의 유전자 중 어떤 유전자가 바이러스 증식과 관련이 있으면서 세포의 성장에는 큰 타격을 주지 않는 숙주인자인지 찾아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혼합 스크리닝 방법’, 그리고 ‘에스아이 알엔에이(siRNA)를 활용한 어레이 스크리닝법’이 많이 쓰였다. 

바이러스에 필요한 숙주인자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잘라주면 녹색으로 염색된 바이러스 감염세포가 줄어든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제공=한국화학연구원]

연구팀은 기존 두 스크리닝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장점만 취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어레이 스크리닝법’을 개발했다. 또한 이 기술을 적용해 영유아에게 수족구병을 일으키는 콕사끼바이러스 증식에 관여하는 숙주인자를 찾아냈다.

연구팀은 먼저 세포를 96개의 홈이 있는 실험 접시에 가지런히 놓고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활용해 각기 다른 세포 속 약 1500개의 유전자를 표적해 잘랐다. 그 후 바이러스를 각 세포에 넣어 어떤 세포에서 바이러스가 증식하고 어떤 세포에서 억제되는지 관찰했다. 이를 통해 억제된 세포에 어떤 유전자가 잘려있는지 파악하는 바이오인포매틱스 분석으로 바이러스에 관여하는 숙주인자 ACBD3 등 10여개를 찾아냈다.

연구팀은 기존 혼합 스크리닝법과 어레이 스크리닝법의 장점만 취득했기 때문에 바이러스 증식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숙주인자를 효율적으로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신종바이러스를 포함해 다양한 바이러스 연구에 적용할 수 있다. 숙주인자 기능을 억제해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방식의 항바이러스 치료를 개발할 수 있으며 메르스, 지카 바이러스 등의 숙주인자를 밝히기 위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김진수 IBS 유전체 교정 연구단장은 “기존 두 가지 스크리닝법의 장점만 취해 개발한 새로운 어레이 스크리닝법은 규모가 큰 스크리닝에 응용성이 있으며 앞으로 바이러스 인자를 찾고 연구하는 데 강력한 분석 도구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유전체연구 관련 국제학술지 ‘지놈 리서치’ 6월호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