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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동성 낮다더니…빠질 때 더 빠진 ‘저변동성’ ETF

-일부 ‘저변동성’ ETF, 최근 1개월 코스닥보다 더 큰 손실
-6개월로 비교기간 확대해도 ‘저변동성’ 전략 무색
-“코스닥에 ‘저변동성’ 전략 안 통해…전략 반영 정도 살펴야”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국내 증시가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미ㆍ중 무역분쟁 우려 등으로 가파른 등락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일부 펀드가 ‘낮은 변동성’을 전면에 내세웠음에도 오히려 벤치마크 지수보다 더 큰 등락폭을 보이고 있어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안기고 있다. 원인은 국내 주식시장만의 특성 때문이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주식의 비중이 높을 경우 애초에 ‘낮은 변동성’이라는 전략이 성공하기 힘들고, 유가증권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펀드의 경우에도 삼성전자의 비중을 그대로 적용하면 전략의 이점이 약해진다고 지적했다.

21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내놓은 ‘타이거코스닥150로우볼 ETF’의 최근 1개월 손실률은 -6.4%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닥150 지수 하락폭(-2.4%)보다 두 배 더 큰 것으로, 코스닥 대형주(-1.3%), 중형주(-5.7%), 소형주(-6.0%) 중 어느 지수보다도 성과가 낮았다. 이 ETF는 한국거래소가 계발한 코스닥150저변동성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해당 지수는 코스닥150 지수 편입종목 중 변동성이 낮은 50개 종목으로 구성됐다.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200가치저변동’ ETF의 상황도 유사하다. 한국거래소의 ‘코스피200가치저변동성지수’를 추종하는 이 ETF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5.4%로, 코스피200 지수 하락률(-3.9%) 보다 성과가 낮았다.

비교 기간을 확대해도 비슷한 사례가 발견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내놓은 또다른 펀드 ‘타이거로우볼 ETF’는 연초 이후 -6.1%의 손실을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4.2%)나 코스피200(-6.4%) 추종 ETF에 투자했을 때보다 손실이 크다. 이 상품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산출한 ‘FnGuide Low Vol 지수’를 추종하고 있는데, 유가증권시장 상장종목 시가총액 상위 200위 종목 중 변동성이 낮은 40개 종목의 주가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ETF는 코스피200이나 원유와 같은 특정 지수 혹은 자산가격의 움직임에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설계된 투자 상품이다. 최근에는 시장 평균 대비 초과수익(알파)을 추구하는 액티브펀드와 지수 상승 폭만큼의 수익(베타)을 목표로 하는 패시브펀드의 장점을 합해 놓은 ‘스마트베타’ ETF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스마트베타 ETF는 추종하는 지수가 어떤 요소를 중시했는지에 따라 ‘밸류’(내재가치), ‘퀄리티’(우량주) 등으로 유형이 구분되는데, 이 중 ‘저변동성’(Low Volatility) 전략은 일일 주가 변동폭이 낮은 종목의 비중을 높여 안정적 운용을 꾀한다. 주가 상승기에는 비교적 낮은 성과를 내더라도 하락 국면에 버틸 체력을 중시하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상품인데, 일부 상품은 이같은 기대감을 저버린 셈이다.

‘저변동성’을 전면에 내걸었음에도 하락장에 더 큰 손실을 낸 이유는 국내 양대 주식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스마트베타 ETF가 택한 전략은 당장에는 눈에 보이지 않을지라도 장기적으로는 그 특징이 나타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애초에 변동성이 높은 코스닥 시장을 대상으로 한 경우, 저변동성이라는 전략의 이점이 크게 나타나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유가증권시장에서도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높은 비중을 그대로 상품 설계에 적용할 경우, 저변동성이라는 요인보다는 시장수익률에 의해 성과가 결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정 전략을 표방한 ETF라 할지라도, 그 상품이 추종하는 지수가 어떻게 설계돼 있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각각의 전략마다 대표 ETF가 자리를 잡고 있는 미국 스마트베타 시장과 달리, 국내에서는 아직 다양한 상품들이 앞다퉈 출시되며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펀드의 이름만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이 상품이 추종하고 있는 지수의 특성상 어느 국면에 투자해야 유리한 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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