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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김성천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 부회장]“디자인주도 혁신이 제조업 부진 탈출의 열쇠”
산업의 기반이 되는 중소 제조업의 중요성은 꾸준히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낙수효과로 버텨왔을 뿐 자기주도 성장은 하지 못한 채 제자리 걸음만 반복해 왔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재정위기 등을 잇달아 겪으면서 중소기업의 성장률은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경영전략상 ‘시장추격형’에서 ‘시장선도형’ 모델로 전환하지 못해서라거나, 선진국문턱에서 겪게 되는 저성장 진통으로 봐야 한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경제발전에 중추 역할을 하던 제조업의 성장률 하락은 특정산업의 부진으로 인해 경제기조가 약화되거나 중국 등 대외 수출환경의 변화로 어려움에 직면한 탓으로 이해된다. 문제 해결을 위해 지금까지의 발전과정을 돌이켜 새로운 성공요인을 찾아내고, 그것을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할 때다.

1970년대 변변한 자원 하나 없던 나라에서 정부 주도의 수출 위주 전략을 통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 배경에는 여러가지 성공요인이 있겠지만 ‘디자인’을 빼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디자인은 제조업체의 수출 ‘제품’과 ‘포장’을 더욱 보기 좋고 쓸모 있게 만들었다. 경제발전의 강력한 ‘도구’로서 우리나라 산업경쟁력을 높이며 세계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후 하드웨어 중심 경쟁력에 소프트웨어적 경쟁력을 불어넣어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지원했다. 하지만 디자인은 산업의 도구라는 ‘사업서비스(Business Service)산업’의 한계를 넘지 못하면서 우리 경제 부진과 맞물려 디자인산업도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금까지 기업은 사람·돈·물자·기술을 이용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이익을 창출하거나 마케팅을 통해 고객을 창출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세상, 새로운 가치 창조로 기업경영의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 시장선도형 기업으로서 혁신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마케팅 차원의 시장주도 혁신이나 기술주도 혁신 보다도 ‘디자인 주도 혁신(Design-driven Innovation)’이 요구된다. 이를 통해 새로운 개념을 발굴하고 이를 기술과 접목해 기술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게 필요하다.

디자인혁신의 효과가 기술혁신의 효과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은 한국디자인진흥원 연구조사를 통해 이미 입증됐다. 디자인혁신은 기술혁신 대비 평균 개발기간은 20~25% 수준이고, 개발비는 5% 내외이나 매출기여 효과는 약 4.5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가치도 2배(219%) 넘게 높였다.

지금까지의 단순 스타일링 중심의 디자인 활용이 아닌 조달-생산-판매에서 끝나던 생산자 관점의 기업 가치사슬을 구매-사용-효과라는 사용자 관점의 경험가치까지 가치사슬을 확장함으로써 디자인의 역할을 증대시켜 기업혁신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단순한 산업의 도구였던 디자인이 혁신의 도구를 넘어 제조업 혁신을 이끄는 혁신엔진이 되는 것이다.

국내 많은 경영자들이 디자인을 기업 경쟁력의 핵심요소로 인식하고 있고 관련 투자계획을 갖고 있지만 실천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디자인을 통한 기업혁신을 위해서는 경영자의 강한 리더십과 과감한 투자가 요구된다. 제품개발 전 과정에 디자인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프로세스로 체계화해 적용·학습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또 외부 디자이너와 협업하는 경우 관계정의부터 새 틀을 짜야 한다. 용역 발주자와 수행자의 관계 즉, 갑을관계의 구조에서는 디자인을 통한 혁신은 어렵다. 둘 사이에 긴밀한 협력관계가 이뤄져야만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는 혁신이 가능하다.

공공영역에서 적용되는 거버넌스의 개념을 디자인에 도입해볼 수도 있겠다. 기업거버넌스에 이해관계자로 디자이너나 디자인기업이 참여해 기업의 혁신을 함께 이끌고 결과를 나누며 책임지는 방법이 그것이다. ICT혁명을 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모든 것이 연결되고 융합된다. 제조기업도 제품마다 개별적 접근이 아닌 맥락적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외부적으로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이해하고 내부적으로는 프로세스 전반을 활성화해야 한다. 투입 대비 산출이란 개념을 성과라는 가치까지 확장시켜야 한다.

초(超)경쟁이란 선도기업들의 수명주기가 짧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기업이 쇠퇴나 단명이라는 숙명에 역행할 수 있는 방법은 시장의 변화에 반응해 민첩하게 움직이는 변신능력, 바로 혁신에 있다.

이제 제조기업들은 ‘디자인적 사고’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고 ‘디자인혁신’을 통해 새로운 제품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제조해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 경제 앞에 놓인 어둠의 긴 터널을 신속히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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