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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안정보고서] 은행 전세대출 72조 돌파…4년새 2배 급증
“집값 안정, 전세가 하락세” 진단
다주택임대가구 보증금반환 비상
전세 20% 하락시 7.1% 자금부족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국내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72조원을 돌파했다. 4년도 채 안 돼 2배 넘게 불어날 정도로 증가세가 가파르자 경고음도 울리고 있다. 전세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유동성이 부족한 취약 임대가구를 중심으로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한국은행이 20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결해 국회에 보고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국내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규모는 72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일반 임차인 대상의 은행재원(53조2000억원)과 저소득층 대상의 국민주택기금(19조원)을 더한 금액이다.

전세자금대출의 증가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3개월 새 6조3000억원, 1년 전에 비해 18조1000억원이나 늘어났을 정도다. 과거 통계를 보더라도 2012년 말 23조3000억원, 2013년 말 27조7000억원, 2014년 말 35조원, 2015년 말 41조1000억원, 2016년 말 51조5000억원, 2017년 말 65조9000억원 등으로 증가 폭이 커졌다.

이는 아파트 신규입주 증가, 전세가격 상승에 따른 대출수요 증대 등에 주로 기인한다. 전세자금대출은 대부분 공적기관 보증으로 취급되는 데다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 금리상승시 수익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점에서 은행들도 적극적으로 취급을 확대해왔다.


현 시점에서 임대가구의 재무건전성은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한은은 평가하고 있다. 자가 주택에 거주하면서 다른 보유 주택을 전세로 준 다주택 임대가구의 경우, 총자산에서 임대보증금을 포함한 총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이 100%를 초과하는 가구 비중이 0.3%에 불과하다. 자가 주택을 전세로 주고 다른 전세집에 사는 1주택 임대가구 중에서도 이 비율은 0.8%에 그쳤다.

하지만 올들어 전세가격 하락세가 본격화될 조짐이 나타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주택 임대가구의 경우 금융자산보다 금융부채가 많은 가구가 34.2%로 1주택 임대가구(15.0%)보다 높아 충격 발생시 유동성 측면에서 어려움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전세가격이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20% 급락하는 스트레스 상황을 상정해 임대가구의 전세보증금 반환능력을 시산했다. 그 결과 92.9%의 임대가구는 금융자산이나 거주주택 담보대출을 통해 전세가격 하락에 따른 보증금 감소분을 마련할 여력이 있었지만, 나머지 7.1%는 추가 대출이 없으면 전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으로 추정됐다. 이들 가구 중 1.5%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초과하는 등 이미 빚 부담이 컸다.

한은은 “전세가격이 급락하고 주택시장 전반이 위축될 경우 그 파급영향이 커질 수 있으며 특히 유동성 대응능력이 취약한 일부 다주택 임대가구는 전세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가계부채 총량 증가뿐 아니라 보증기관 잠재리스크 축적 측면에서 전세자금대출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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