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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라떼파파’와 ‘주 52시간’
우리나라 부모들에게 ‘육아’는 흔히 ‘전쟁’으로 비유된다. 혹자는 “한국에 ‘허수애비’(직장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가정이나 자녀 교육에 소홀한 아버지를 빗댄 말)가 있다면 스웨덴에는 ‘라떼파파’(한 손에는 커피를, 한손에는 유모차를 끄는 아빠를 가리키는 말로 허수애비와 정 반대로 육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스웨덴 아빠를 의미하는 신조어)가 있다”고 한다.

과연 한국 아빠들의 모습은 어떨까.

작년말 초록우산어린이 재단이 전국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2학년 57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부모가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불과 13분이라고 한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 부모가 미취학 자녀와 보내는 시간도 하루 48분에 불과했다. OECD 평균은 세 배가 넘는 150분이었다. 하루 13분은 학생들이 수업 중간중간 쉬는 시간과 맞먹는 매우 짧은 시간이다. 이 시간에 할 수 있는 대화는 “밥 먹었니”와 같은 아주 평범한 안부 인사뿐이다. 이상적인 아빠의 표본인 스웨덴의 ‘라떼파파’는 사실 20여년전만 해도 한국 아빠들과 마찬가지로 ‘허수애비’였다.

이들을 변화시킨 것은 정부의 의지였다.

정부가 다양한 지원정책과 사회인식, 조직의 기업문화가 바뀌면서 허수애비를 ‘라떼파파’로 바꿔놓았다. 긍정적인 것은 우리나라도 사회적 인식이 점차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남성 육아휴직이 완전히 정착됐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주변에서 육아휴직을 내는 아빠들이 심심찮게 생겨난다.

또 여기에 내달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다. 아직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가게 됐기 때문인 것도 있겠지만 설익은 정책으로 인해 불과 10여일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여전히 곳곳에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주 52시간 근로로 인해 근로자들이 그동안 외쳤던 ‘워크 앤 라이프밸런스(Work & life Balanceㆍ워라밸)’ 실현에 한발짝 다가가게 됐다는데 의미가 있다. 근로자들도 기대가 크다. 직장인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91.7%가 근로시간 단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올해부터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는 유통업체에 다니는 지인의 저녁시간은 완전히 달라졌다. 회식과 야근으로 찌든 삶에서 아이와 아내와 산책하고 장을 보거나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저녁있는 삶을 보내고 있다며 만족해 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저녁만 있는 삶’이라고 걱정하기도 한다. 일부 사업장의 경우 근로시간 감소에 따라 노동자들의 초과근로수당이 줄어 소득감소로도 이어진다. 주 52시간 초과 장시간 노동자 146만명 중 각종 제외 사례를 뺀 나머지 근로자 96만명의 초과근로수당 감소액은 연간 3조5000억원에 달한다. 그만큼 노동자들의 생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최근 건설 현장에 노동시간 단축을 적용할 경우 기업의 임금 삭감 조치로 관리직과 기능직 노동자 임금이 각각 13.0%, 8.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저녁있는 삶을 위한 주 52시간 근로에 대해 가보지 않았기에 설렌다. 하지만 새로운 제도를 위해 ‘저녁만 있는 삶’에 대한 대책도 함께 마련하는 꼼꼼한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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