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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컵 스웨덴전은 졌지만 치킨집은 이겼다?
18일밤 치킨집 포장주문 북새통
두 시간 경기끝나고 도착하기도


“저희 왜 안나와요?”, “여기 주문이요”, “지금 시키면 얼마나 걸려요?”, “한 시간 기다리라고 했는데 두 시간 다 됐어요.”

지난 18일 오후 8시 40분께 서울 시내 한 치킨집. 2018년 러시아월드컵 한국과 스웨덴전이 열리기 20분 전 상황. 매장 안은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카운터 앞에는 사람들이 몰려 치킨을 독촉하느라 아우성이었다. 월드컵 한국경기 휘슬과 함께 치킨대란이 일어난 것이다. 이날 태극전사들은 고개를 숙였지만, 치킨 매출은 훨훨 날았다. ▶관련기사 2면

월드컵 경기와 치맥을 즐기기 위해 치킨집을 찾은 사람들. 오후 9시가 넘었는데도 밀린 주문들 때문에 테이블이 휑하다.

치킨집에서 만난 손님 김모 씨는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줄 몰랐다”며 “한 시간 넘게 기다리다 결국 찾으러 왔다”고 말했다.

매장에서 애타게 치킨을 기다리는 손님들은 무척 지쳐보였다. 하지만 더욱 지쳐보이는 얼굴 주인공은 치킨집 직원들이었다. “지금 주문하면 언제쯤 받을 수 있냐”는 기자의 물음에 “오래 걸릴텐데요”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 다른 치킨집들 역시 치킨 포장줄로 장사진을 이뤘다. 치킨집 전화는 그야말로 불이 났다. 심지어 8시께부터는 전화를 아예 받지 않는 곳도 다수였다.

서울 수유동에 거주하는 주부 신행자 씨는 “후반전 시작할 때는 오겠거니 했던 치킨이 11시가 다 돼 도착했다”며 “‘배달하는 분이 축구 다 보고 온 것 아니느냐’고 가족끼리 농담하고 허탈하게 웃었다”고 했다.

‘치킨포기족’도 속출했다. 주문조차 안되는 상황과 기약없는 기다림에 치킨 대신 다른 배달음식을 선택한 이들이다.

경기 위례 지역 이세림 씨는 “주문앱을 통한 주문은 아예 불가능해서 8시가 되기 전부터 치킨집 다섯군데에 30분 동안 전화를 걸었는데 한 군데도 받지않았다”며 “치킨을 포기하고 떡볶이를 시켰지만 이 마저도 1시간 이상 기다렸다”고 혀를 내둘렀다.

늘어나는 야식주문과 함께 배달대행업체의 콜 수도 급증했다. IT기반 배달대행업체 바로고에 따르면 18일 배달대행건수는 전주 월요일(6만3000여건) 보다 40% 가량 늘어난 8만9000여건을 기록했다. 가장 주문이 많은 주말 평균 배달건수 7~8만건을 상회하는 수치다.

주문앱도 덩달아 바빴다. 모바일 주문앱 배달의 민족에 따르면 18일 주문건 중 40%가 치킨주문이었다. 특히 경기가 시작하기 1시간 전인 8시를 전후로 최대 트래픽이 몰려 전주 월요일 대비 3~4배 가량 치킨 주문이 폭주했다.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모여 관람할 수 있는 8년 만의 저녁 경기로 치킨업계는 호황을 맞았다. 

매출은 눈에 띄게 수직상승했다. 19일 각 사에 따르면, 지난 18일 BBQ 매출은 전주 월요일에 비해 110%, 교촌치킨은 60%, bhc는 80% 가량 뛰었다.  

치킨이 스포츠 응원 메뉴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축구 덕분이였다. 2002년 국민적 성원에 힘입어 4강까지 진출한 쾌거를 올린 기간 동안 치킨과 맥주를 즐기면서 응원하는 치맥 문화가 형성됐다.

과거 뜨겁게 달아올랐던 월드컵 분위기가 올해는 다소 미적지근한 반응이라는 업계 시각도 있지만, 야식만큼은 예외였다. 거리 응원문화가 축소되면서 집에서 편하게 월드컵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 그 배경으로 풀이된다.

김지윤 기자/summ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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