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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압구정 치과 ‘파문’]고소인만 800명…계좌추적 영장 잇단 기각에 경찰 수사 난항
-사기 혐의로 고소장 낸 피해자 800여명
-검찰 “법률상 혐의 다툼 소지” 판단한 듯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압구정 치과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최근 검찰로부터 계좌 추적 영장을 2번 기각 당하는 등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법률상 혐의 다툼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19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에 A 병원을 사기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한 환자가 현재 8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수백만 원 선금을 냈지만 진료예약조차 못해 교정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중 다수의 환자들은 해당 치과에서 투명 교정을 받은 뒤 부정교합, 과개교합, 염증 등 부작용을 겪고 있다. 피해 환자가 1000명에 가깝지만 수사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은 5월말과 6월 초에 각각 계좌추적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혐의를 다툴 소지가 있다고 기각했다. 

[헤럴드경제DB]

사기 혐의에 있어서 관건은 피의자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A 치과 원장이 처음 환자를 받았을 때 (범행당시) 환자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겠다는 고의성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병원 원장이 개원 때부터 이를 계획했다고 보기란 무리가 있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병원이 갑자기 폐업을 했다면 선금을 받고 고의적으로 빼돌렸다고 볼 소지가 크지만 현재 병원은 정상영업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의지를 계속 보이고 있기 때문에 진료미이행인 ‘먹튀’ 라고 보기도 어렵다.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한다고 해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업무상 과실치상은 과실로 인하여 사람의 신체를 상할 때 성립한다. 그러나 2~3년이 걸리는 교정의 특성상 일부 부작용이 심각한 환자를 제외하고는 병원 측이 ‘치료가 느리게 진행되는 것일 뿐 상해가 아니다’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의료과실로 본다고 하더라도 개인마다 치아 상태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어디까지 부작용으로 봐야 할 지 애매하다. 예를 들어 무리한 발치로 인해 치아가 벌어졌다고 했을 때 얼마나 벌어진 것을 부작용으로 정의할지는 상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가장 문제는 병원이 환자들의 치아를 무리하게 발치를 하거나 치료를 제대로 해주지 않아 교정 효과가 미미했더라도 이를 직접적으로 처벌할 법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면서 “현행 법상 필요이상의 진료를 했다고 처벌하는 과잉진료, 과잉치료죄는 없다”고 말했다.

이토록 많은 피해자들이 있어도 ‘법률적’으로 혐의를 입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의 법감정과 실제 법이 달라 피해자들이 답답할 수 있다”며 “그러나 피해자가 아무리 많다고 해서 곧바로 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혐의를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해 조사를 더 해야한다”고 밝혔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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