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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컵 거리응원 스케치] 응원에는 ‘트릭’ 없었다…광장 메운 ‘붉은 함성’
-스웨덴과 경기 열린 18일 오후 9시 광화문
-경찰추산 2만명 시민들 거리 나와 ‘응원전’
-뜨거운 열기 눈길…경기후 청소문화는 아쉬워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손흥민(25) 보러 나왔어요. 손흥민 파이팅.”

“16강으로 가는 교두보니까요. 오늘 꼭 이겼으면 좋겠습니다.”

응원에는 트릭이 없었다. 18일 오후 9시(이하 한국시간), 러시아월드컵 한국과 스웨덴의 조별예선 F조 1차전 경기 거리응원이 진행된 서울 광화문 광장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날 집회 신고가 됐던 오후 6시께는 광화문광장이 한적했지만, 퇴근시간이 지나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오후 8시를 전후한 광화문 광장은 붉은색 옷을 입은 시민들로 가득했다.

경찰이 추산한 응원단 숫자는 2만명. 경찰은 준비돼 있던 플라스틱 구조물을 설치해서 차도까지 응원석 자리를 확장해야만 했고, 사람들은 광화문광장 외 세종문화회관 계단과 광화문 KT 사옥 앞에도 돗자리를 펴고 앉아야할 정도였다.

현장에 나온 2만여명의 응원단들. [사진=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이날 현장에서는 선수 선발에 대한 논란도, 대표팀에 대한 불신도 광화문 광장 안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경기는 0-1로 아쉽게 졌지만, 현장에 온 시민들의 열기만큼은 뜨거웠다.

오후 8시 50분께 경기 시작을 앞두고 경기가 진행된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 애국가가 중계되는 모습이 스크린에 비춰졌다. 붉은악마 응원단은 이때 앞쪽에 접혀진 태극기 펴서 재빠르게 뒤로 돌려 빳빳하게 편다. 왼편가슴에 손을 얹는 시민, 애국가를 따라부르는 시민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아내ㆍ아들과 함께 현장을 찾은 직장인 문준휘(46) 씨는 “아무리 밉고 못해도 우리나라 경기가 진행되는 데 (거리응원을) 안올 수 없었다”면서 “현장에 못가더라도 거리응원에서 받을 수 있는 기(氣)가 있어 응원을 오게된다”고 말했다. 광화문 인근 편의점에서 일한다는 김모(22) 씨는 “러시아는 못가지만, 광화문에서 많은 사람들이 응원한 것을 알면 우리 선수들에게 힘이 될 것 같아 왔다”면서 “경기를 보기 위해서 일이 끝나자마자 황급히 뛰어왔다”고 했다.

골이 들어가자 탄식하고 있는 응원단 모습. [사진=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응원단은 먼 곳에 있었지만, 마음만큼은 선수들과 함께했다. 대표팀 수문장 조현우(26)의 선방쇼에는 함께 환호했고, 우리 선수가 넘어지면 탄식의 소리를 질렀다. 양팀의 점수가 0-0으로 끝나가던 전반 36분, 해설위원 박지성이 ‘선수들이 지칠 때지만 더욱 힘을 내야 한다’고 강조하자 곳곳에서는 “힘을내요”라는 응원이 터져나왔다. .

응원열기는 뜨거웠지만 현장은 질서정연했다. 시민들은 열심히 응원하다가도 자리를 옮기려는 다른 시민의 요청에 자리를 비켜줬다. 경찰병력은 응원석 가장자리 통제만을 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이같은 질서정연한 응원 탓인지 큰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현장 스크린 앞에 설치됐던 응급구조센터 직원은 “(이날) 다섯명 정도 부상자들이 왔지만 시설을 설치하다가 손에 베인 사람ㆍ속이 안좋고 배탈이 난 것 같다는 사람 등 환자가 전부였다”면서 “응원하다가 부상을 입고 온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경기가 끝나고 환경미화원들이 거리 청소를 진행중인 모습. [사진=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아쉬운 점들도 있었다. 우선 주최측이 많은 화장실을 준비하지 못한 점이 문제가 됐다. 광화문 광장 인근 건물 화장실들을 사용했지만, 수만명이 모인 거리에선 부족한 숫자였다. 시민들은 전반전 하프타임 화장실을 찾아 여러곳을 헤매야 했다.

아울러 경기가 끝난 뒤 성숙한 시민문화도 부족했다. 경기가 끝난 광화문 광장은 ‘쓰레기장’ 처럼 변했는데, 현장에 투입된 환경미화원들이 중심이 돼서 이를 치웠다. 곳곳에선 쓰레기 냄새가 났고, 광장을 빨리 원상복구시켜야 하는 환경미화원들의 손길은 바빠졌다. 이 장면에서도 많은 시민들은 무심하게 현장을 빠져나갔다. 주최측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달라”며 시민들에게 쓰레기를 치워줄 것을 당부했지만 소용 없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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