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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진미윤 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호모 헌드레드 시대의 유감
인간의 평균 수명 100세를 일컫는 호모 헌드레드(Home Hundred)는 2009년 UN이 ‘세계인구 고령화’ 보고서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이다. 소수의 사람들만 가능하다고 여겼던 100세 장수 시대가 생명 연장의 기술 발전으로 멀지 않아 보편화될 전망이다. 인생은 60부터라고 했던가? 인생 이모작, 네오 실버(Neo-Silver), 노노(No-老)족, 멋진 시니어 라이프스타일은 TV 광고 속이나 드라마에서도 세련되고 여유롭게 연출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장수 시대의 노인 삶이 마냥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나 할까? 노인의 삶은 4고(苦)(빈곤, 질병, 소외, 무위)로 부각되고 점차 심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최근 소득분배 지표가 악화되면서 그 기저에는 고령화 리스크와 노인 빈곤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노인의 상대 빈곤율은 49.6%로 OECD 평균의 4배이며, OECD 국가 중에서는 최고다. 상대 빈곤율은 중위소득(모든 가구를 소득 순서대로 줄을 세웠을 때 정확히 중간에 있는 가구의 소득)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의 비중으로, 이러한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노인의 절반은 빈곤층인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노인은 왜 이렇게 빈곤한 것일까? 아마 이 질문에 대해 대다수는 공적연금과 같은 노후 소득보장제도의 미흡이라고 답할 것이다. 물론 실제 그렇기도 하다. 하지만 이보다도 가족 구조 변화가 더 근원적일 수 있다.

1990년대에는 65세 이상 노인 중 75.3%가 자녀와 함께 거주했지만, 이 비율은 2015년에는 30%이다. 자녀와 함께 거주하는 비율이 준 자리는 이제 노부부가구와 독거노인이 채우고 있다. 동기간 노부부 가구 비중은 17%에서 33%로 늘었고, 노인 중 독거노인 비중도 10.6%에서 33%로 늘었다.

가구는 생계를 이루는 기본 단위이기 때문에 가구형태 변화는 소득수준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 통계상으로도 자녀와 함께 거주하는 노인에 비해 노부부가구와 독거노인의 빈곤율이 높다.

또한 우리사회에서 노후 소득수준을 규정짓는 중요 요인이 가족 부양인데, 지난 10년간 2번의 경제 위기, 인식 변화, 1인 가구 증가, 소가족화 등으로 부양 주체가 감소하거나 부재하여 가족 부양 기능이 약화되었다. 역으로 말하면 그만큼 공적 부양이 빈곤율 감소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추세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ㆍ약 710만명)가 2020년부터 노인 인구의 행렬에 동참하시 시작하면서 더 증가할 전망이다.

그렇다고 노인 빈곤을 소득 수준만으로 보아서도 곤란하다. 60세 이상 노인가구의 자가 보유율은 75%이며, 이들의 자산은 총 가계 자산의 38.4%, 부동산 자산의 43%에 달한다. 30대와 40대에 비하여 60대 이상 가구의 실물 자산 비중은 전체 자산의 81.2%에 달한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이러한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하는 것이 소득 보장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지금 시행하고 있는 대출형 주택연금, 곧 시행할 매입형 주택연금, 집주인 임대사업은 노후 주택자산을 유동화하는 방법들이다. 노인 자가 보유자들의 참여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정책 홍보가 강화되어야 할 부분이다.

오늘날의 풍요로움은 노인 세대의 헌신과 공이 없었더라면 가능하지 못했을 것이다. 빈곤으로 노인을 물들게 하지 않고 당당하고 괜찮은 노인으로 인식시키는 것, 이제 그 몫은 자녀와 손자 세대의 역할이어야 할 것이다. 점차 개인화되는 가족 구조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가족 지향성이 강하다. 노인의 경제적 빈곤 못지 않게 고독, 고립, 우울과 같은 정서적 빈곤도 중요한 만큼 가족과 지역사회가 함께 돌봄의 공백 사태가 오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또한 공적 부양의 부담을 완화시키는 방법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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