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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의점 점주들 “빈병 회수 일 안하면 안되나요?”
-공병 보증금 인상에 편의점에 빈병 몰려
-하루 100병 처리해도 수수로 고작 1000원
-빈병 처리에 투입되는 인건비도 못건져
-그렇다고 가져오는 빈병 안받으면 법위반
-일각 “무인 회수기 등 확대 방안 등 필요”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술은 대형마트에서 사다먹고 빈병은 편의점에 갖다주니 착잡하죠.”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의 한 편의점에서 만난 점주 신모(56ㆍ남) 씨는 소주 빈병이 가득 담긴 비닐봉투 3개를 내려다보며 한숨 쉬었다. 그러더니 “손님 없을 때 얼른 해야 한다”며 봉투 속 빈병을 분주하게 플라스틱 박스에 옮겨담았다.

더워지는 날씨에 맥주 등의 소비가 늘면서 편의점 등 소매점주의 빈병 회수 업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올 들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가운데, 하루 1~2시간 가량 소요되는 빈병 회수 업무에 고심이 더욱 깊어진 상황이다. 

[사진=더워지는 날씨에 맥주 등의 소비가 늘면서 최근 편의점 등 소매점주의 빈병 회수 업무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편의점 한구석에 쌓여있는 소주 빈병들.]

18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해 1월 1일부터 빈병 보증금을 소주병은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으로 인상했다. 이후 그해 6월까지 빈병 반환율은 47%에 달해 인상 전인 2014년 같은 기간 24%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반환율이 높아지면서 늘어난 빈병은 대부분 동네 소매점들에 몰리고 있다. 대형마트는 접근성이 떨어지고 무인 회수기도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최모(44ㆍ남) 씨는 “하루에 판매하는 소주가 30병도 안되는데 들어오는 공병은 많을 때는 100병 가까이 된다”고 했다. 또 다른 편의점주 김모(52ㆍ여) 씨는 “인건비가 부담스러워 연장 근무를 시킬 수도 없다보니 공병 많은 날에 (아르바이트)학생이 다 못한 업무는 나나 남편이 늦게까지 남아 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빈병 보증금 인상이 표시된 롯데주류 제품들. [제공=헤럴드경제DB]

주류업체들이 빈병 회수 시 소매점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소주병 10원, 맥주병 11원 수준이다. 하루 100병을 받아도 손에 넣는 수수료는 1000~1100원에 불과하다. 그렇다보니 빈병 처리에 투입되는 인건비도 못 건진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업무 과중 뿐 아니라 고객 대기시간 증가, 빈병 보관 공간 부족과 악취 등의 문제도 제기된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병 보증금 반환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청원 10여건 이상 게재된 상태다.

동네 식자재마트에서 근무 중이라는 청원자는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매일 하루 1500병 가량 수거하다보니 일이 바빠서 공병 가지고 오신 분들 1시간 정도 기다리게 했다가 신고로 벌금 두 차례 낸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청에 문의를 해도 법이 그러니 그냥 받으라고만 하고 해결하려 하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소비자들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빈병 보증금을 받으러 가면 점주가 대놓고 인상을 찌푸리거나 회수를 거부하기도 하는 상황이 마뜩치 않다.

서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32ㆍ남) 씨는 “술을 산 곳이 아니더라도 빈병은 동네슈퍼나 편의점에서 다 받아야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막상 가면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내는 곳이 많다”고 했다.

소매점주 사이에선 빈병 회수 업무를 주민센터나 구청 등 지자체로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대형마트와 주민센터 등에 설치된 무인 회수기를 늘리는 방안 등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무인 회수기는 빈병 보관 공간과 악취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편의점주 커뮤니티 한 회원은 “정부는 빈병 회수 부담을 업체에만 전가하고 나몰라라 할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무인 회수기 설치에 나서는 등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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