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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 & 스토리] 호텔과 밴드…이 조합이 어울리게 만든 호텔리어
송연순 노보텔 앰배서더 독산 대표 겸 총지배인
가든 속 야시장·야외 바비큐 등 톡톡 튀는 창의력으로 33년간 호텔가 변신·변화 주도


호텔에 밴드와 선술집을 끌어들여 흥과 정담을 심은 총지배인.

바리스타, 사케 소믈리에 자격증을 딴 33년차 호텔리어.

격무 중 한숨 돌릴 땐, 로비와 라운지에 가 손님에게 정성껏 커피를 내려주는 말단 직원 출신 호텔 대표이사.

강단 있는 듯하면서도 부드러움을 겸비하고, 의리의 잔다르크 같은 추진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예능감과 재치가 넘치는 송연순(57) 노보텔 앰배서더 독산 호텔 대표이사겸 총지배인은 다양한 면모를 가진 ‘전인(全人)’이다. 배움의 현장에서 전인교육 할 때, 바로 그 전인이다.

“특급호텔 고객들은 우아하고, 고상하지만, 모든 사람은 늘 역동적인 문화콘텐츠에 열광할 준비가 돼 있고, 심지어 호텔 고객들도 신나는 분위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본 송연순 노보텔 앰배서더 독산 호텔 대표이사는 품격있는 호텔 이미지와 밴드 공연을 연결한, 엔터테인먼트 바 ‘그랑아’의 7인조 밴드를 운영해 투숙객들의 열광을 이끌어 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특히 송 대표의 번득이는 창의성은 우리나라 호텔의 변신을 주도하고 있다. “호텔에 밴드라고?”, “호텔이 먹자골목, 저자거리는 아니잖아”, “사장님께서 커피 배달이라니…”라는 편견을 사정없이 깼다.

전인 교육을 지향하는 성균관은 군자불기(君子不器)라고 가르쳤다. 한 가지 목적에만 쓰이는 고정불변의 그릇이 아니라, 변화를 도모하면서 다방면의 쓰임새로 인간을 이롭게 하는 리더를 뜻한다.

튀는 창의력이 있기에 변신, 변화, 발전한다는 점을 정부가 제대로 알아봤다. 구태의연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너무 명랑한 50대’라는 지적이 있을 지 몰라도, 송 대표의 손길 닿는 곳에 변화와 발전이 있었기에,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가을 국내 호텔 총지배인으로는 최초로 송 대표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성공한 호텔리어가 되겠다는 원대한 꿈이 있었냐구요? 아니예요. 초등학교때 명화극장 같은 걸 보면 잘 생긴 외국인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한국인들은 늘 보니까, 외국인들을 만나보고 싶었어요. 아, 그럼 영어를 잘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초등학생이지만 혼자 영어책을 들여다봤죠. 중ㆍ고교 가서 외국인들 많이 오는 곳이 호텔이라는 것을 알았고 호텔리어를 하기로 했어요. 대입 목표는 자연스럽게 무슨 대학 무슨 학과 까지 일찌감치 정해진 것이죠. 좀 액션이 빠르죠?”

그랬다. 그녀에게, 필요는 액션을 낳았다. 목수 였던 아버지의 ‘순수’라는 토양 위에, 주부이면서도 다양한 마을 공동체 일에 관여하며 해결책을 제시하던 어머니 DNA를 장착했다.

여러 자격증을 딴 것도 이랬다. “어라, 오늘 커피맛은 왜 이렇지? 콩과 산지가 다른가? 달리 볶았나?”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퇴근후 커피 관련 지식탐구에 나서서 몇 달 만에 바리스타자격증(SCAJ coffee Meister)을 따내고야 말았다. 사케 소믈리에 자격증 역시 “어, 사케에서 꽃 향기가 나네?”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해 학원등록, 집중탐구, 자격시험 합격으로 일사천리 이어진 결과물이다.

변화는 기존의 것을 전면적으로 인정하면 도모하기 어렵다는 것을 송 대표는 잘 안다.

2016년 5월 밴드가 노보텔 앰배서더 독산 호텔을 점령했을때 놀라움과 우려가 교차했지만 대성공이었다. 특급호텔 고객들은 우아하고, 고상하지만, 모든 사람은 늘 역동적인 문화콘텐츠에 열광할 준비가 돼 있고, 심지어 호텔 고객들도 신나는 분위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점을 송 대표는 간파한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바 ‘그랑아’의 7인조 밴드는 과연 투숙객들의 열광을 빚어냈다. 컨셉트는 두가지. 하나는 기존 품격있는 호텔 이미지와 밴드 공연을 연결한 것이다. 고급 사교모임부터 비즈니스 미팅까지 가능한 ‘비즈니스 소설 클럽’ 분위기로 만든 것이다. 또 하나는 주말의 재잘거림과 낭만이다. 신나는 라이브 음악과 함께 서남권의 새로운 문화의 장이 될 ‘레트로 댄스 나이트’로서 자연스럽게 어깨춤을 유도했다. 밴드의 분위기에 맞게 ‘사파이어 블루(Blue)’, ‘루비 레드(Red)’ 등 칵테일의 색깔을 원색으로 바꿨다.

‘사장이 내려주는 커피’에 고객들은 감동 먹은 표정을 짓는다. 처음엔 기습 서비스를 하다가, 나중에 오후 3~4시로 고정하고 장소를 라운지바 휘닉스로 정한 뒤, ‘CEO with COE(Cup Of Excellence)’라고 이름을 붙였다. 송 대표는 일본 스페셜티 커피협회(SCAJ)에서 주는 ‘커피 마이스터’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COE는 비영리 국제커피 단체인 ACE가 운영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커피품질 경쟁대회이다.

송 대표는 ▷꽃향이 풍부한 코스타리카 ‘엘 세드랄’ ▷과일 향이 풍부한 과테말라의 ‘알로테페케’ ▷맛의 균형과 바디감의 조화가 좋은 에디오피아의 ‘쳄베’ 등 손님에게 제공할 커피를 엄선했다. 전문성이 돋보인다. ‘꽂히면 액션하고 집중하는’ 송연순 다운 세심함도 엿보인다.

‘가든 속 야시장’, ‘이자카야’, ‘야외 바비큐’를 호텔에 끌어들인 것도 일종의 호텔가 혁신이다. 근사하면서 흥겨운 회식자리를 찾는 서울 남서지역 직장인들, 오랜만에 회식하는 여염집 가족들도 호텔의 문턱을 느끼지 못하게 한 것이다. 주방은 라이브스테이션으로 셰프가 음식 조리과정을 시연토록 했고, 우아하면서도 서민적인 레시피를 추가했다. 최근 이 호텔이 추가한 ‘양배추 대패 삼겹살’은 회식하는 직장인들에게 인기를 끄는데, ‘대패’는 문득 송 대표의 목수 아버지를 연상케 한다.

변화의 귀재, 송연순 대표는 지난해 9월 27일 ‘제44회 관광의 날’에 훈장을 받았다. 호텔업계에 말단 사원으로 입사해 최초의 여성 임원과 여성 총지배인, 대표이사로서 경영혁신, 지역사회 사회공헌 활동을 벌인 공로를 인정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영상메시지를 통해 “관광인 여러분의 노력에 힘입어 국제경쟁력이 10단계나 상승했다”고 수훈자들을 격려했다.


1970년대까지 외국인 만나기 힘든 전주에서 자라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로 입성한 송 대표는 초등학교때 바람 대로 1986년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 입사한다. 잠시 일본 무역회사에서 색다른 경험을 한뒤 1993년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으로 호텔가에 귀환했다. 눈에 띄는 것은 레비뉴 매니저라는 직책이다. 중간간부이지만 CEO가 관심을 기울이는 효율경영 시스템 점검 및 대안 제시 책임자이다.

“손님이 덜 오는 요일, 투숙객의 방문이 뜸한 시간대 등을 활용하려면 기존에 호텔이 갖고 있던 품위, 권위, 포맷, 이미지에 머무를 수는 없었어요. 그 빈 시간, 빈 공간을 활용해야하지요. 그래서 찾아오시는 손님의 특성, 호텔 주변의 환경, 호텔에 가보고싶어 하는 가정, 주변의 비즈니스맨-샐러리맨의 동향을 살피고 그들이 편안히 호텔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변화를 주는 것이지요.”

레비뉴 매니저 경험은 그가 가진 소프트웨어적 창의력과 함께 시너지를 발휘했다. 송 대표가 먼저 시작한 변화를 유명호텔에서 따라 한 사례가 적지 않다.

외국인 관광객, 국내 유명인사, 부유층 마케팅 등은 이미 서울시내호텔이 잘 구사하던 것이었다. 송 대표도 당연히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송대표는 지역사회에 눈을 돌린다. 즉 호텔의 문턱을 낮추고 더욱 친근하게 내 지역 호텔을 사랑하게 만드는 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가을 호텔 창립 20주년 기념일때 서울 남서지역 어린이 140여명을 초청했다. 주민 초청 이벤트, 그 중에서도 어르신들을 초청하려는 것이 송대표의 복안이었는데, 직원 여론수렴을 거쳤다. 텔레파시가 통했는지, 직원 대다수가 지역민과의 상생을 제안했고, 어린이를 초청하자는 의견이 더 많았다. 총론은 일치했고, 각론은 직원들 의견을 따랐다.

아이들은 호텔 구경하고, 맛있는 것 만드는 과정을 배우며, 만든 음식을 먹어보기도하는 등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 선물 받고, 호텔 리어의 생활도 알게됐으며, 지구촌 이웃과 소통하는 마인드도 얻어갔다.

송 대표는 지금 금천구 통합방위위원회 위원, 경찰발전위원회 위원으로도 활약중이며, 나눔구호 NGO와 함께 서민층 집 고쳐주기 봉사활동도 벌인 바 있다.

“퇴근이 늦어서 그렇지, 저도 엄마예요”라는 그의 말 속에는, 거창한 혁신이든, 정책 실행이든, 회사, 나라발전이든, 세상에 무슨 일이든, 사랑의 힘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함영훈 선임기자/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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