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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거액예금 급증, 만병의 근원인 부동자금 걱정해야
잔액 10억원을 넘는 거액 은행 예금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저축이 늘어나는 게 나쁠 건 없지만 문제는 환경과 속도다. 한국은행이 최근 집계한 지난해 말 기준 은행의 저축성예금 가운데 잔액이 10억원을 넘는 계좌의 총예금은 499조1890억원이다. 1년만에 33조3160억원 증가했다. 계좌 수도 1년새 2000개나 늘어 총 6만2천개에 달한다.

게다가 거액 예금의 증가세는 다른 규모의 예금과 견줘도 빠른 편이다. 지난해 증가율이 7.2%로 전체 저축성예금 증가율(4.7%)을 크게 웃돈다. 같은 기간 1억원 이하 계좌의 증가율은 3.0%, 1억원 초과∼5억원 이하는 3.2%,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는 1.1%에 머물렀다.

거액 계좌는 말할 것도 없이 자산가나 기업 예금이다. 금리가 오름세라지만 아직도 은행 예금 금리는 최고 2.25%다. 그나마 세전이다. 실수익은 1%대다.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면 남는게 없다. 오히려 마이너스로 봐야 옳다. 그런데도 이들이 은행에 돈을 쌓아두는 건 투자환경이 좋지 않아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5분대기조 유보자금인 셈이다. 그게 부동자금이다. 부동자금은 돈이 된다는 곳이면 삽시간에 확 옮겨붙는다. 산업체로 간다면 투자 자금이 되고 부동산을 비롯한 비생산적인 곳으로 흘러가면 투기자금이 된다.

부동자금 관련 정책의 정답은 한 방향이다. 언제나 정해져 있다. 공장은 더 돌리고 거품은 막는 것이다. 투기자금화의 길은 막고 투자자금화하는 길은 더 뚫어줘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정권은 부동자금 관리에 실패했다. 산업계로 흐르는 투자 자금화의 길을 제때 뚫지 못해 생긴 일이다. 부동산 버블은 오히려 그 결과물로 봐야 한다.

현재 상황은 부동자금의 선순환 가능성을 높게 보기 힘들다. 지금은 산업 투자처를 만들어야 할 중요한 국면이다. 하지만 규제완화는 나팔수 소리만 요란할 뿐 가시적인 결과물로 나오는 건 거의 없다. 최저임금의 과속인상, 근무시간 단축 등 기업가들에겐 임금부담만 가속되고 있다. 이래선 투자 의욕이 살아나기 힘들다.

지난해말 30대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882조 9051억 원으로 1년새 75조 6013억 원이 늘었다. 대기업이 이럴진데 임금비용 부담이 큰 중소기업들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한국경제의 위기는 언제나 부동자금의 증가로부터 시작됐다. 부동자금이 투기로 흐르면 소득 양극화와 사회 갈등을 유발하고 거품이 꺼지면 경제의 붕괴 위험성마저 생기기 때문이다. 지금 그 사전 신호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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