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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칸트철학의 핵심 ‘초월적’ ‘선험적’ 용어 통일될까
300년전의 철학자, 칸트의 텍스트를 왜 철학자들은 붙들고 놓지 못하는 걸까? 칸트는 지금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한국칸트학회 34명의 연구자들이 집단지성을 발휘해 펴낸 국내 첫 ‘칸트전집’(한길사)은 이런 의문을 풀어준다.

여러 차례 읽어봐도 한 줄 해독이 될까말까한 칸트의 저서들은 일반인에게는 오를 수 없는 산이지만, 연구자 역시 칸트의 용어 속에서 길을 잃는 게 다반사다. 이런 데는 무엇보다 정본이 될 만한 번역서가 없는 탓도 있다. 특히 번역의 문제는 심각하다. 정확하지 못하거나 단순 직역으로 가독성이 떨어지고 각기 다른 번역용어를 사용하는 등 혼란스러운게 칸트 번역의 모습이었다. 더욱이 지난 100년간 우리말로 번역된 칸트전집이 없었다는 건 학문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이번에 칸트학회가 5년 공동번역 작업끝에 내놓은 ‘칸트전집’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순수이성비판’등 칸트의 주저를 비롯, 비판 이전 시기의 대다수 저작과 서한집, 강의 등 칸트 생전에 출간된 주요 저서 중 ‘자연지리학’을 제외한 거의 모든 저작물을 담아냈다. 그중 ‘비판기 이전 저작Ⅰ·Ⅱ·Ⅲ’, ‘자연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원리’, ‘논리학’, ‘서한집’, ‘윤리학 강의’는 국내 초역이다.

이번 전집의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성과는 번역용어의 통일이다. 옮긴이들마다 다르게 써온 용어를 놓고 연구자들은 1년동안 격론을 벌였고, 용어에 합의했다. 학자들이 저마다 써온 번역용어를 양보한 결과다. 특히 칸트 개념의 핵심이자 철학계를 오랫동안 혼란에 빠트려온 용어인 트란스첸덴탈(Transzendental)과 아프리오리(a priori)를 각각 ‘선험적’과 ‘아프리오리’로 통일한 점은 한국의 ‘철학적 사건’이 될 만하다. 트란스첸덴탈은 기존에 ‘선험(론)적’이나 ‘초월(론)적’으로, 아프리오리는 ‘선천적’이나 ‘선험적’으로 번역됐다. 이 외에 문맥을 이해하기 쉽게 괄호 안에 부연 설명을 넣어 가독성을 높인 것도 이번 전집의 특징이다.

그런데 왜 이 시점에 칸트일까. 근대의 시작에 칸트가 있기 때문이다. 자연과 인간, 국가와 개인의 복잡미묘한 관계 속에서 ‘나’는 어떻게 자유의지를 갖고 이성적인 인간으로 도구화되지 않은 목적적 삶을 살 수 있을까를 칸트는 붙잡고 늘어졌고 학문적으로 체계화시켰다. 이는 21세기 양자역학 시대 개인들에게 더욱 절실한 질문이라는 점에서 칸트의 저서들은 여전히 핫하다.

전집은 내년까지 모두 16권이 나올 예정으로, 이번에 1차분으로 2권, 5권, 7권이 출간됐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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