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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늦바람 ‘詩魂’ …평범한 일상이 그 ‘詩心’을 흔들다
41년동안 금융계에 몸담아온 박봉규(72)전 IBK캐피탈 대표이사가 시집 ‘길道, 질주와 소요의 공간’(책만드는집)을 냈다. 2005년 ‘조선문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이기도 한 그의 첫 시집이다.

문청으로 작가를 꿈꾸기도 했지만 금융계에 발을 디디면서 멀어졌다가 은퇴 후 뒤늦게 시심에 붙들린 그는 시를 읽고 시론을 독학하며 혼자 시를 배웠다.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어 그는 자신의 시를 “그저 시를 흉내냈을 뿐”이라고 낮췄다.


시집에 실린 76편의 시들은 다채롭다. 시로 세상을 읽고, 아름다움을 느끼고, 내면을 바라보게 된 이의 시의 세계를 난만하게 보여준다. 시는 삶의 자리 곳곳에서 폭죽처럼 터져나왔다.

‘장미는 낮에만 옷을 벗는다/아름다움을 뽐내기가 아니라/저를 그리 몸 받기 위해서다//장미는/하늘이 내려주는 햇볕과/밤이 보여주는 별과/땅이 물려주는 젖과/때론/비바람의 시련까지도/허투루 버리지 않고 품어 안는다’(‘장미는 낮에만 옷을 벗는다’), ‘전철 창밖에/밤이 내려앉고/밤에서 일어난 어둠이 달린다//어떤 사내 하나도 덩달아 달린다//(…)어둠은 밤으로, 밤은 어둠으로 윤회하는/쳇바퀴 속에서 멈추길 이어간다’(‘밤과 어둠의 윤회’), ‘죽은 자는 역사를 껴안고 묻혀/말이 없는데/남한산성 돌멩이 하나 풀포기마다는/죽어버린 역사를 안고 살아간다’(‘남한산성 블루스’)

돌연 시심을 흔들어놓은 어머니의 죽음과 사모곡, 인생의 이즈음에서야 얻게 된 깨달음, 시에 대한 소박한 생각을 담은 시편들도 울림을 준다. 그 중 표제시 ‘길, 질주와 소요의 공간’은 꼿꼿하게 자신의 길을 가려는 한 사람의 모습을 응축해 보여준다. ‘공간의 기적, 그 축복으로/길을 걷지만/더한 축복은/앞에서 마중하는 이가 있고/뒤에선 배웅하는 이가 있는 곳//나는 배웅하는 이를 가슴에 품고/마중하는 이에게 다가간다//(…)그 길위에서/앞모습보단 뒷모습이/흔들리지않았으면 한다’.

서산에 지는 해가 지나온 동쪽 하늘을 다시 비추어 보는 걸 ‘회광반조(廻光返照)’라 한다.그런 숙연한 아름다움이 이번 시집에 녹아있다. 

이윤미 기자/me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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