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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혜림의 시승기] 험한 빗길도 치고나가는 돌파력…스피드보다 오프로드 즐기면 강추
지프 ‘뉴 체로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엄청난 양의 폭우가 쏟아졌다. 와이퍼가 유리창을 완전히 닦기도 전에 장대비가 차창을 흥건히 적셔 세상이 온통 얼룩져 보였다. 가뜩이나 밤눈이 어두운 기자로선 ‘이러다 사고라도 나는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4년 만에 안전사양을 대폭 강화해 돌아온 지프(Jeep)의 중형 SUV ‘뉴 체로키’는 빗물에 발목을 푹 잠길 정도로 궂은 날씨와 상황에서도 든든한 주행성능을 보여줬다.

기자는 최근 뉴 체로키 론지튜드 모델의 운전대를 잡고 서울 강동구~강남구 일대를 시승하는 기회를 가졌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씨에 오프로드 체험은 불가능했지만, 오프로드 못잖은 험한 빗길을 1시간 가량 헤치며 뉴 체로키의 성능을 어느정도 가늠할 수 있었다.

지프 뉴 체로키 외관 디자인 [제공=FCA 코리아]

본격적인 시승에 앞서 일단 차량의 외관을 살폈다. 4년만에 페이스리프팅(부분변경) 돼 돌아온 뉴 체로키는 전작의 투박하고 각진 모습은 오간 데 없이 사라지고, 둥글둥글하면서도 탄탄한 느낌으로 바뀌었다. 그러면서도 직사각형 모양의 슬롯 7개를 나란히 배열하는 특유의 그릴 디자인이나, 가로로 쫙 찢어진 날렵한 헤드램프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해 전작의 이미지를 답습했다. 구형 체로키가 날이 바짝 선 군인 느낌이었다면, 신형 체로키는 전역을 앞 둔 유들유들한 말년 병장을 연상케 했다.

실내 디자인 [제공=FCA 코리아]

새틴 크롬과 고광택 피아노 블랙 등 고급 소재를 적용한 실내도 여전히 투박하긴 했지만, 기존 모델보다 제법 세련돼 졌다. 지프 브랜드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나면서도 적절히 디지털화된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무용지물’에 가까웠던 내장 내비게이션은 이전 모델은 물론 지프의 다른 모델과 비교해 확연히 개선돼 한결 보기 편해졌다. 아울러 트렁크 공간도 1549ℓ로, 기존 모델보다 더 길고 넓어져 교외 나들이를 즐기는 이들이라면 만족할 듯 보였다.

운전석에 탑승해 차량에 시동을 걸었다. 차량의 크기나 무게, 풍기는 이미지와 달리 손에 쥔 스티어링휠이 제법 가벼웠다. 가속패달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대했던 묵직한 반응은 느껴지지 않았다. 폭발적인 가속력도 없었다. 2.4ℓ 가솔린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뉴 체로키의 최고 출력은 177마력, 최대토크는 23.4㎏ㆍm. 시속 70㎞까지는 제법 힘있고 빠르게 올라가던 차는 일정 속도를 넘어서자 족쇄라도 찬 듯 더딘 가속을 보이기 시작했다. 가속패달을 깊게 밟아봤지만 RPM 계기판 바늘만 요란하게 돌아갈 뿐 힘있는 가속력을 보이진 못했다. 평소 스포츠세단을 끌고 다니거나, 스피드를 즐기는 이들이라면 실망스런 주행 성능이었다.

하늘에서 장대비가 퍼붓기 시작하며 차량에 대한 기자의 생각은 조금 달라졌다. 도로 위에 물이 흥건하다 못해 찰랑거리는 수준이었지만 뉴 체로키는 헛바퀴 도는 일 없이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뿐만 아니라 앞 차가 급정거를 하며 덩달아 급 브레이크를 밟는 일이 여러 차례 벌어졌는데, 그 때마다 차가 밀리는 느낌 없이 안전하게 멈춰섰다. 무엇보다 차량에 탑재된 80여 가지의 안전 및 주행 보조시스템이 마음을 든든하게 만들어줬다. 한 치 앞 헤아리기가 막막한 깜깜한 빗길에서 차선 이탈 경고음과 차선 변경 경고 시스템 등은 한 줄기 빛이었다.

연비도 제법 준수했다. ℓ당 10㎞ 정도로 공인연비(ℓ당 9.2㎞) 보다 높았다. ‘기름 먹는 하마’로 불리는 미국 차에, 주행 도중 수시로 브레이크를 밟은 점을 감안하면 만족스런 수준이었다. 연비운전을 한다면 ℓ당 11~12㎞까지 도달할 듯 했다.

기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뉴 체로키는 ‘지프라는 차가 주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버릴 수 없으면서도 운전의 편의마저 포기할 수 없는 이들’, ‘스피드보다는 오프로드 주행에서 얻는 즐거움이 더 큰 이들’에게 적합한 차였다. 가격은 4490만~4790만원이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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