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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깊어지는 사법 불신, 법원의 정치화 탓 크다
전국 판사들이 각급 법원별로 회의를 열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당시 행정처 책임자들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 4일 하루만 해도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들이 모이는 등 수도권 4개 지법에서 직급별로 회의를 가졌다. 이 과정에서 특히 젊은 판사들의 수사 촉구 목소리가 컸다고 한다. ‘재판 거래’ 의혹 논란에 사법부가 요동을 치고 있다.

법원 내부의 이같은 요구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결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김 대법원장은 “걱정하는 것을 주로 듣는 입장”이라며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나 시간을 오래 끌 것같지는 않다. 7일 전국법원장간담회와 11일 전국법관대표회의 결과가 나오면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사법부가 전임 수장을 수사기관에 고발 또는 수사의뢰하는 안타까운 사태를 피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사법부의 불신도 그만큼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헌법 103조에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명시돼 있다. 어떠한 경우라도 재판이 외부의 영향을 받아선 안된다는 뜻이다. 이번 사태의 단초가 된 ‘재판 거래’가 실제로 있었다면 이는 헌법을 어긴 중대 범죄다. 법원 내부 요구가 아니더라도 마땅히 형사적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할 사안이다.

한데 의혹의 실체가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 당사자인 양 전 대법원장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를 조사했던 특별조사단도 “부적절한 일은 있었지만 뚜렷한 범죄 혐의는 찾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재판 거래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는 얘기인 셈이다. 그렇다면 검찰에 수사를 촉구하기 보다는 사법부 자체적으로 진상을 규명하는 게 먼저다. 고법 부장 이상의 고위급 판사들이 신중론을 제기하는 등 온도 차를 보이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사법부의 명운이 달린 사안인 만큼 조금은 더 신중한 처신이 필요하다.

사법부가 시류에 흔들리면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사법부가 중립성을 잃고 정치 바람에 휩쓸리면 불안을 넘어 불신으로 이어진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 10명중 6,7명이 사법부를 불신하고 있다는 최근 여론조사도 나와 있다. 사법부 신뢰가 이렇게 추락한 건 법원의 정치화와 무관치 않다. 이번 사태 역시 여론재판식으로 풀어가선 안된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고민이 깊을 것이다. 하지만 그 판단의 기준은 법원의 정치적 중립이어야 한다. 사법부는 국민 모두가 기대는 마지막 정의의 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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