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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천대 길병원, 개원 60주년 ‘먹칠’… ‘보건복지부 간부 뇌물 제공’ㆍ‘잇따른 의료사고’ 곤혹
- 설립자 이길여, ‘대한민국 의료 100년 이끈다’ 신뢰성 추락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인천지역의 대표 의료기관으로 자부해 온 가천대학교 길병원이 최근 ‘보건복지부 간부 뇌물 제공’과 ‘잇따른 의료사고’ 등이 연거푸 터지면서 곤혹을 치루고 있다.

더욱이 길병원은 올해로 개원 6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의료 100년을 이끌겠다’고 밝힌 길병원 설립자 이길여 가천대 총장의 향후 목표도 무색하게 할 만큼 ‘의료 신뢰도’에 먹칠을 하고 있다.

이 총장의 신념인 ‘박애, 봉사, 애국’을 내세우며 인천의 대표 의료기관으로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온 길병원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인천시민단체에서도 ‘길병원 쪼개기 정치후원금 사건, 검찰은 국회의원 엄중히 수사하라’고 하는가 하면, 길병원 앞에서 촌막농성을 펼치면서 의료사고 접수를 받는 등 시민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은 연구중심병원 선정을 추진하던 보건복지부 소속 고위 공무원에게 수년간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지난 29일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길병원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보건복지부 국장급 공무원 허모(56) 씨를 구속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허 씨에게 뇌물을 준 길병원 원장 이모(66) 씨와 비서실장 김모(47) 씨 등 3명도 뇌물공여ㆍ업무상배임ㆍ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 수사결과, 허 씨는 지난 2012년 연구중심병원 선정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과에 재직하면서 길병원 측에 정부 계획, 법안통과여부ㆍ선정병원 수 등 정보를 제공하고 대가로 3억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길병원은 지난 2013년 3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월 한도액 500만원짜리 길병원 명의 카드를 허 씨에게 제공했으며 허 씨는 이를 유흥업소·스포츠클럽ㆍ마사지업소 등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장 이 씨는 가지급금 명목으로 길병원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보건복지위 소속 및 인천지역 국회의원 15명에게 길재단 직원 및 가족들 명의(일명 쪼개기)로 4600만원 상당의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법인자금 횡령 및 직원 뇌물수수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해 12월 길병원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소재 오송생명과학단지지원센터(보건복지부 소속)에 수사관 14명을 투입해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인천평화복지연대는 31일 ‘길병원 쪼개기 정치후원금 사건, 검찰은 국회의원 엄중히 수사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단체는 이와 관련된 인천지역 국회의원 등 15명 명단을 확보해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 30일 보건복지부 공무원, 길병원 관계자 등 3명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지만 15명 국회의원과 관련된 불법정치자금 쪼개기 후원에 대해 추가 조사 없이 검찰에 송치했다고 주장했다.

국회원들에게 전달된 불법정치자금에 대해 다시 엄중히 수사할 것과 국민들의 알권리 차원에서 국회의원 15명 명단 공개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검찰은 길병원 사건 중 불법정치자금에 관련 수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또 국민들의 알권리 차원에서도 불법정치자금이 전달된 국회의원들의 명단을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국회의원들의 명단을 확보해 공개하고 고발 등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길병원에서는 최근 잇따른 의료사고로 인해 ‘의료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병원 위상이 실추되고 있다.

‘물혹 제거 수술하다 멀쩡한 신장 제거’, ‘30대 여성 부종 시술후 희귀난치병 얻어’ 등 의료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3월 개인병원에서 난소에 혹이 보인다는 진단을 받고 길병원 산부인과를 찾아 물혹 제거수술을 받은 50대 여성이 멀쩡한 신장을 잃었다.

길병원 산부인과 의사가 이 여성의 난소 물혹을 제거하는 수술 과정에서 대장 부근에 악성으로 의심되는 종양이 있다는 의료진의 소견에 따라 이를 제거했으나 의료진이 떼어낸 것은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 신장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지난해 10월 여성 김모(37) 씨는 다리 부종을 치료하기 위해 시술을 받은 뒤 희귀난치병에 걸리는 의료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담당 의사는 피해자가 항의하자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나버린 상황이고 이에 병원 측은 몇 개월이 지나도록 시간 끌기만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퇴원 후에도 김 씨의 다리는 계속 붓고 마비가 된 것처럼 무뎌졌고 극심한 통증도 계속됐다. 결국 김 씨는 지난 1월 다른 병원에서 ‘복합통증증후군(CRPS) 2형’ 진단을 받았다.

이처럼 길병원의 잇따른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원만한 해결이 되지 않아 인천발전시민연대는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길병원 응급센터와 암병동 뒷편 대로변에 천막을 치고 길병원의 보건복지부 ‘안전인증’ 취소를 위한 서명 운동과 의료사고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과 피해 가족들을 접수 받고 있다.<사진>

현재 한달 가까이 시민들의 서명을 받고 있는 인천발전시민연대는 “병원측은 의료사고를 당한 환자들이 아무리 항의를 해도 꿈쩍도 하지않는다”며 “그래서 우리 단체가 나서 이들의 아픔을 대신 호소하기 위해 천막농성과 함께 의료사고 접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길병원은 지난 3월 개원 60주년을 맞아 병원 가천홀에서 기념식을 개최하면서 병원 설립자인 이길여 가천대 총장이 기념사를 통해 “개원 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따뜻한 청진기의 정신으로, 가슴 따뜻한 사랑의 병원을 만들고자 쉼 없이 달려 60주년을 맞아 앞으로도 혁신적인 자세로 대한민국 의료 100년을 이끌어 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17년도 전국 응급의료기관 평가에서 ‘최우수’ 기관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길병원은 지난해까지 시행된 16번의 평가에서 15회를 최우수 기관으로 평가 받는 등 대한민국 최고의 응급의료 시스템을 자랑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들로 인해 길병원의 ‘위상’은 ‘위기’로 바뀌고 있다. ‘대한민국 의료 100년 이끈다’, ‘최우수 의료기관’이라는 명예들이 물거품이 되고 있다.

길병원을 이용했다는 시민 박모(62) 씨는 “그동안 보여준 ‘천사’의 모습이 ‘악마’의 모습으로 바뀌는 느낌을 받을 만큼 길병원에 대한 신뢰성에 금이 갔다”며 “그동안 지역을 대표한다는 의료기관인 길병원이 외형만 키우는데 몰두했지, 내형적으로는 병원 운영 및 환자 관리 등은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 최모(72) 씨는 “밝혀지지 않은 의혹들이 한 두건이겠냐”며 “이번 사건들로 인해 설립자 이길여 총장이 60년 동안 쌓은 명성들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gilber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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