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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니메이션을 추상화로 변환한다면?…윤향로 개인전 ‘서플랫픽토’
이태원 P21, 6월 10일까지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물줄기 같기도 하고 빛의 파장처럼도 느껴진다. 암흑을 가로 지르며 뻗어나가는 에너지에 시원한 느낌이 가득하다. 이 독특한 추상화는 윤향로(32)의 ‘스크린 샷’이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자리한 P21은 주목받는 젊은 작가인 윤향로 개인전을 연다. 전시 제목은 ‘서플랫픽토’(surflatpictor), 초-납작함, 과다한 평평함으로 해석될 수 있는 ‘서플랫(surflat)’과 작가가 지어낸 단어 ‘픽토(pictor)’의 합성어다. 디지털 이미지의 생산과 편집 방식, 회화 평면의 공간적 확장이 서로 교차하는 지점을 넌지시 암시한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자리한 P21은 주목받는 젊은 작가인 윤향로 개인전을 연다. 사진은 윤향로 작가 [사진=이한빛 기자/vicky@]

작가는 ‘윙크’, ‘밍크’, ‘르네상스’를 받아보고 시미코 레이즈의 ‘달의 아이’를 탐독했다. 가장 좋아했던 애니메이션은 ‘그림이 예쁜’ 소녀 변신물들. 80~90년대 대중문화의 홍수 속에서 자란 작가는 자신의 자양분인 대중문화를 작업에 적극 끌어들였다. 그러나 ‘오타쿠’는 아니란다. 그저 “많은 사람들이 소비했던 이미지를 정리하고 수집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전시엔 수집한 이미지를 추상화로 변환시킨 작업들이 나왔다. 디지털에 친숙한 세대답게 포토샵을 비롯한 이미지 변환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작품 ‘스크린 샷’은 애니메이션 ‘세일러문’에서 주인공이 변신하는 장면의 배경에서 이미지를 차용했다. 배경 중 일부를 캡쳐해 이미지 변환 프로그램으로 바꾼뒤 파일을 자르고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 디지털 이미지로 만든다. 이를 캔버스에 회화로 구현한다. 붓이 아닌 에어브러시를 활용해 매끄럽고 깔끔한 ‘디지털 느낌의’ 이미지가 완성된다. 

윤향로, 스크린샷 5.41.16-006, 2017, Acrylic On Canvas, 80 x 52 inches (203.2 x 132.1 cm).[사진제공=P21]
윤향로, 스크린샷 3.03.18-001, 2018, UV print on glass, 270 x 438 cm (270 x 146 cm x 3pcs).[사진제공=P21]

윤 작가는 “변신 장면에서 본 에너지 입자를 추상회화로 가져온 것”이라며 “등장인물보다 그 배경에 더 관심이 간다”고 했다. DC코믹스 커버 시리즈도 같은맥락에 서있다. ‘DC코믹스’의 커버이미지에서 주인공을 제외한 배경만을 추출해 그려냈다.

윤향로 작가는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대학에서 평면조형을 전공으로 석사를 마쳤다. 지난해 두산갤러리 뉴욕, 원앤제이플러스원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서울시립미술관(2018), 소더비 인스티튜트(2017ㆍ뉴욕), 아뜰리에 에르메스(2017)등에서 다수의 그룹전에 참가했다. 올해 9월 개최되는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에도 이름을 올렸다. 전시는 6월 10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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