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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목길 역사산책-서울편’은 살아 숨쉬는 역사의 생생한 현장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여가학자인 최석호 교수가 쓴 ‘골목길 역사산책 - 서울편’(시루)은 모두 다섯 산책로에 얽힌 사람 이야기와 역사 이야기가 나오지만 골목길은 세 개다.

서울 한 가운데 정동 개화길 산책로가 한 골목길이다. 흥인지문에서 북정마을을 넘어 북촌까지 이어지는 또 한 골목길을 두 개로 자른 것이 동촌 문화보국길 산책과 북촌 개화길 산책이다. 부암동 석파랑에서 백석동천과 석파정을 지나 윤동주문학관에서 수성동계곡을 거쳐 서촌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골목길을 두 개로 나눈 것이 부암동 무릉도원길 산책과 서촌 조선중화길 산책이다. 이렇게 5개의 길이다. 그런데 왜 골목길이었을까?

“대로에서 쓴 역사는 지배자가 쓴 역사이고 그만큼 화석화 된 역사다. 골목길에는 민초들이 살았던 생생한 역사가 녹아있다. 자동차나 기차는 대로를 질주한다. 빠른 속도만큼 차창 밖 풍경은 낭만적으로만 보인다. 골목길은 낭만적인 곳이 아니라 삶의 현장이다. 대로에서 쓴 역사는 정해진 정답 외에 다른 생각을 용납하지 않는다. 골목길에서는 김씨가 한 말과 피씨가 한 말이 뒤섞인다. 그야말로 역사가 소용돌이치는 곳이다.”



정동 역사길 산책에는 끝내 사랑을 떠나보내지 못한 태조 이성계, 왕궁을 버리고 정동 러시아공사관에 몸을 숨긴 고종, 조국 대한민국 정부청사 정동 경교장으로 돌아온 백범 김구 선생 이야기가 있다.

서촌 조선중화길에서는 1592년 임진왜란과 1636년 병자호란 양란을 겪어 쑥대밭이 된 후 국토를 걸으면서 만들어낸 진경시와 진경산수화를 생각해본다. 또 부암동 백사실계곡에 백석동천(白石洞天)을 일군 연객(煙客) 허필과 절친인 표암 강세황의 이야기로 부암동 무릉도원길의 소박한 낙원을 설명한다.

북촌 개화길 죽동8학사를 걸어보면서, 한 동네에서 함께 자란 노론 핵심 가문 자제들이 시사를 토론하고 시화를 연마했던 가운데, 불과 700미터밖에 되지 않는 홍현 김옥균의 집에서 죽동 민영익의 집으로 가는 골목길이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이 되었음을 느껴보라는 팁이 있다.



‘동촌 문화보국길 신도시사람들’에는 정말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총칼을 앞세우고 한양으로 들어오자 선각자들은 한양을 등지고 산다. 도성밖에 신도시를 건설한다. 우리 집을 짓고 우리 문화재를 숨긴다. 훗날을 기약한다. 간송 전형필 보화각, 상허 이태준 수연산방, 만해 한용운 심우장 등등.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성북동 수연산방까지 동촌 문화보국길을 걸어본다.

이처럼 ‘골목길 역사산책 - 서울편’은 살아 숨쉬는 역사의 생생한 현장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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