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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정치료 하고 나니 부정교합” 부작용 환자들 집단소송 돌입
음식물 못씹고 발음새는 등 피해
치과측 전화 먹통에 찾아와 분통
병원 “대표자 10명과 간담회 예정”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박모(29ㆍ여) 씨는 지난 2016년 서울의 한 치과에서 앞니를 교정하기 위해 ‘투명 교정’을 받은 뒤 앞니가 아랫니를 덮는 ‘구개교합’이 생겼다. 현재 그는 국수조차 치아로 잘라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치아 상태가 나빠졌다. 다른 병원에서 X-ray를 찍은 결과 처음부터 다시 교정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박 씨는 “살짝 나온 앞니 말고는 덧니 하나 없었는데 교정을 하고 오히려 치아가 다 망가졌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A 치과에서 교정 치료를 받은 환자 수십 명이 부작용을 호소하며 병원을 상대로 집단 소송에 나섰다. 교정 후 부정교합이 심해져 음식물을 제대로 씹을 수 없거나 발음이 새는 등 부작용을 겪고 있는 피해 환자는 수백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부작용을 겪고 있는 환자들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25일 밝혔다. 현재까지 고소장을 접수한 피해자는 약 50명이지만 고소인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저렴하고 미용에 좋아 투명 교정했는데… 임플란트 해야 할 판=현재 환자들은 무리한 발치와 잘못된 교정 때문에 부정교합, 구개교합, 부정발음 등 부작용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4년간 A 치과에서 투명교정을 한 40대 여성 B 씨는 부작용으로 현재 임플란트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랜 기간 교정을 해도 낫지 않자 다른 병원에서 검사해보니 골격성 2급 부정교합과 후천성 치아결손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향후 치료비 추정 금액으로 약 2000만원이 든다고 했다.

다른 피해자 C씨는 교정을 위해 발치를 4개를 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발치 한 자리가 그대로다. 심지어 발치한 자리에 남은 치아가 누워 자라기도 했다. 또 다른 환자는 작은 덧니를 티 안 나게 교정하기 위해 투명 교정을 한 뒤 부작용으로 발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A 치과의 부작용 사례들은 교정 효과가 없어 의문을 가진 일부 환자들이 다른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교정이 잘못됐다”는 진단을 받으면서 알려지게 됐다. 온라인 카페, 블로그 등에서 피해 사례가 속속 올라오면서 비슷한 부작용을 겪는 환자들은 ‘피해방안 대책방’을 만들었다.

피해 환자들은 향후 보상이나 법적 대응시 필요한 서류인 경과기록지, 계약서, 영상자료, 영수증 발급을 위해 병원을 찾았지만 담당자가 병원을 그만두거나 자리를 비워 헛수고였다.

실제 지난 24일 오후에도 해당 병원 앞에는 환불을 요구하고 의무기록 자료를 요구하는 약 50명의 환자들이 있었다.

▶“10초 진료에 진료 과정도 설명하지 않았다” 환자들 ‘분통’=다수의 피해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평소 해당 치과는 치아 교정 할인 이벤트를 상시적으로 진행하고, 지인 추천 등을 통해 환자들을 대량 모집하는 소위 ‘이벤트 치과’로 유명했다. 병원 측은 치료비 당일 완납을 강요했고 페이닥터들을 고용해 ‘공장식’으로 치과를 운영했다.

평소 병원은 ‘10초 진료’ 등 무성의한 진료 때문에 환자들 사이에선 불만 많았었다고 한다. 병원을 찾을 때마다 담당 의사가 수시로 바뀌었고, 진료시 의사는 “입을 벌려보라”, “교정기를 잘 끼고 있으라”는 말만 할 뿐 구체적인 진행상황 조차 설명해주지 않았다. 심지어 치료 상황이 궁금해 X-ray를 찍어보고 싶다고 해도 이를 회피하거나 거부했다.

앞으로 환자들은 소송은 물론 한국소비자원 단체 분쟁에도 나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해당 병원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현재 병원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올린 상태다. 대표원장은 “진료 환불 등과 관련해 심려를 끼쳐드려 고개 숙여 사과 드린다”며 “원활하지 못했던 진료는 대한치과교정학회에서 저가 이벤트 이유로 교정과 전문의에게 자격정지 취소 등 조치를 취한다고 공문을 발송해 불가피하게 퇴사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병원 측은 오는 28일 환자 대표 10명을 모아 고객 간담회를 열겠다고 밝혔지만 환자들의 불만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한 피해자는 “10명을 뽑아서 만나주겠다는 것도 이해가 안 간다”며 “이미 치아는 망가졌는데 어떻게 보상할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강문규·유오상·정세희 기자/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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