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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인지 늑대인지 모호한 ‘선거의 계절’…역사에서 배우다
#프랑스인들은 루이 나폴래옹이 차선은 된다고 여겼다. 부르주아는 그가 좌파를 견제해주리라 기대했고 좌파 지식들은 그의 개혁안에 매력을 느꼈다. 나폴레옹 향수에 사로잡힌 농민들과 새로움을 기대한 룸펜들도 그를 지지했다, 누군가는 꼴통보수 카베냑만은 안된다는 이유에서 그를 선택했다. 루이 나폴레옹은 모두에게 갖가지 약속을 하며 대통령에 선출됐지만 모두를 배신했다. 그는 사조직을 만들어 음모를 꾸몄고 사회 안정을 이유로 다른 사상을 가진 이들을 추방했다.

#바이마르 공화국 사람들은 히틀러가 최선은 아니지만 최악은 피했다고 여겼다. 히틀러는 자본가부터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온갖 약속을 했고, 결국 그가 권력을 장악하자 다양한 진영에서 환영했다, 그러나 히틀러는 내각제 수장이 되는 순간 비상사태법과 수권법 등을 잇달아 통과시키며 시민들을 배신했다. 그럼에도 압도적인 지지 속에 총통으로 등극했다. 


다시 선거의 계절이다. 대중들은 공약을 보고 인물을 뽑는다지만 공약이 실행되는 걸 보면 그닥 믿을 만한 게 못된다.

함규진 서울교육대학 교수는 ’개와 늑대들의 정치학‘(추수밭)에서 충성스런 ‘개’인줄 알고 뽑았더니 목숨을 뺏으려고 달려드는 ‘늑대’의 본색을 드러낸 사례들을 보여준다.

선거가 가진 특징을 바탕으로 인류 역사를 바꾼 선택의 순간들을 다룬 책은 시간상으로는 고대 로마 부터 1987년 항국까지, 또한 중동에서 아메리카까지 아우르며, 세계사적인 11개의 주요선거를 조명했다.

나폴레옹과 히틀러가 화려한 약속으로 대중을 속이고 배신을 했다면, 어설퍼 보였던 인물이 민주주의를 세우는데 큰 기여를 한 경우도 있다.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에이브러햄 링컨은 하원의원 시절 ‘찍돌이 링컨’으로 불렸다. 1847년 제임스 포크 행정부가 국경지대에서 일어난 미 국경수비대와 멕시코군 사이에 벌어진 사소한 충돌로 멕시코 전쟁을 일으키려 하자, 멕시코인들이 쳐들어왔다는 우리 땅이 어디인지 찍어달라고 대통령에게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서 나온 별명이다. 당시 휘그당 안에서조차 “뭐야 저 미친 놈은 ?”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민주당의 ‘떠오르던 별’이었던 상원의원 스티븐 더글라스를 상대로 맞짱 토론을 제안한 것도 처음엔 무시당했다. 더글러스를 물고 늘어진 바람에 껌딱지 떼듯 진행된 노예제 토론은 링컨에게 유리하게 작용함은 물론 2년 뒤 대통령 선거의 결과를 결정짓는 사건이 됐다. 이 일로 링컨은 전국적인 인물로 부상하고 조롱 섞인 별명 대신 ‘정직한 에이브’란 애정어린 별명을 얻게 된다.

영국 의회정치의 기틀을 마련한 윌리엄 피트는 영국사상 최연소 총리에 오를 당시 휘그와 토리 양당 모두에게 불신을 받았다. 그럼에도 그는 임기를 마칠 때까지 원칙과 상식을 추구했으며 정치 신념에 대한 일관성을 지킴으로써 스스로의 능력을 증명했다.

다수의 의견을 수용해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적합한 사람을 합의하는 선택인 선거는 민주주의에 가장 어울리는 제도로 꼽히지만 선거 결과는 많은 경우 대중을 실망시킨다.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를 이어가려면 선거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음을 강조한다. 선거의 목적은 우수한 소수에게 다수의 권력을 대리시키는게 아니라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아우르는 데 있다는 것이다.

책 제목 ‘개와 늑대의 시간’은 프랑스 격언에서 따왔다. 빛과 어둠이 혼재돼 저 멀리서 다가오는 털복숭이가 나를 반기는 개인지 나에게 달려드는 늑대인지 분간하기 힘든 황혼의 순간을 가리킨다. 선거는 그런 때이다.

이윤미 기자@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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