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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대서 ‘상수동’ 말하자 ‘휙’... 택시 승차거부 줄었다더니
목적지 가까우면 훈계 듣기도
이태원 등 이용객들 불편 여전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있는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앞. 오후 11시께 택시를 잡기 위해 손을 흔들었다. 택시 2대가 연달아 멈춘 뒤 창문을 살짝 내리더니 목적지를 물어봤다. 비교적 가까운 ‘상수동’을 말하자 약속이나 한듯 휙 가버렸다. 20분을 기다렸지만 그 거리는 걸어서 다니라는 훈계만 들었을 뿐 택시를 타는 데는 실패했다.

서울 택시의 승차거부는 여전했다. 서울시는 택시 승차거부 신고 건수가 4년만에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밝혔지만, 성과에 따른 체감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택시 승차거부 신고 수는 모두 6909건이다. 2013년(1만4718건)보다 53.0%(7809건) 줄어든 값이다. 지난 1~3월 관련 신고 수는 1528건이다.

문제는 이런 성과와는 달리 시민 호응은 높지 않다는 점이다.

수시로 택시를 타는 시민 상당수는 오후 11시가 넘는 늦은 시간, 홍대 인근과 함께 용산구 이태원동 이태원역 등 특정 시간ㆍ장소에선 아직 승차거부가 횡행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시간대에 맞춰 현장을 직접 찾아 살펴봤다.

오후 11시40분을 넘어가자 홍대 걷고싶은거리 중심으로 삼삼오오 시민들이 쏟아져나왔다. 일대는 이내 택시를 찾는 목소리로 가득찼다. 빈차 표시등을 단 택시들은 행선지를 묻고 가깝다고 판단되면 자리를 바로 떴다. 대학원생 조모(28ㆍ여) 씨는 “현금으로 흥정이라도 해야할까 싶다”고 난감함을 표했다.

날이 넘어간 13일 오전 0시30분께 이태원역도 상황은 비슷했다. 일대에서 30여분간 손을 들었지만 택시 8대가 지나갔다. 모두 빈차였다. 함께 택시를 잡던 시민도 수차례 바람을 맞았다. 직장인 서모(30ㆍ여) 씨는 “효창동에 가달라며 뒷문 손잡이를 잡는 순간 택시기사가 문을 잠근 채 가버렸다”고 했다. 택시 호출 앱이 켜진 스마트폰을 뚫어져라 보며 거친 말을 내뱉는 시민도 보였다.

시도 이를 인지하고 대책을 마련중이다. 지난해 12월 승차거부 행정처분 권한을 자치구로부터 되찾아온 것이 대표적이다.

승차거부 행정처분 권한이 자치구 있었을 때는 처분율이 자치구별 12~80%로 차이가 지나쳤다. 시가 직접 단속하며 현재 처분율은 93%까지 올린 상황이다. 홍대 등 승차거부가 심한 곳을 특별단속구역으로 지정, 단속반을 집중 배치해 처분율을 더 높여나갈 방침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시는 유명무실했던 승차거부 ‘삼진아웃제’ 활성화를 위해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 삼진아웃제는 택시기사가 승차거부를 하다 3회 적발되면 기사 자격을 박탈하는 정책이다.

시 관계자는 “처분 권한을 가져온 후 4개월여만에 퇴출자가 생겼다”며 “2015년 1월 제도를 시행한 후 이전까지는 퇴출자가 2명밖에 없었던 점을 보면 정책 실효성이 꽤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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