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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편지·인형탈 선생님…정화여상 특별한 ‘스승의날’
교사부터 변화 학생에 다가가
학생도 스승의날 의미 되새겨
부패방지법 이전부터 이벤트
“물질적인 것보다 더 감동적”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후 두번째 맞이하는 스승의 날, 교사들은 선물 아닌 손편지가 대세가 된 변화에 반색하고 있다.

서울 정화여자상업고등학교는 김영란법 시행 전인 2012년부터 스승의 날을 ‘선생님들이 내리사랑 베푸는 날’로 생각해왔다. 때문에 매년 스승의 날이 되면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위해 준비한 이벤트가 실시됐다. 아침을 거른 학생들에게 빵을 나눠주고, 원하는 학생들은 인형탈을 쓴 선생님들과 기념촬영도 하는 식이다.

해당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윤영빈(45) 씨는 “김영란법 이전부터 스승의 날은 선생님들이 먼저 다가가는 날로 생각해와서 아쉬움은 없다”며 “예전보다 편지가 더 알차다는 느낌도 있다. 선물이 안된다고 하니까 더 정성껏 보내준 것 같아서 물질적인 것보다 더 감동적이었다”고 말한다.

윤 씨가 학생들에게 가장 감동받았던 순간은 비싼 선물을 받았을 때보다는 학생들이 생일날 동영상 편지를 만들어 상영했을 때다. 윤 씨는 “방학식 때 아이들을 위해 먼저 동영상을 만들어줬더니, 내 생일에도 똑같이 해주더라. 품이 많이 드는 일이라 기대안했는데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학생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며 스승의 날의 의미를 스스로 찾아가는 정화여상에선 김영란법 이전과 이후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학생들이 손편지에 집중해 길이도 깊이도 더욱 깊어졌다는 후문이다.

김영란법 시행 전후로 교직생활을 시작한 젊은 교사들도 변화하는 분위기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이들은 학생들에게 선물 하나 받아본 적도, 받을 수도 없는 교직생활을 하고 있지만, ‘추억은 많다‘고 입을 모은다.

2년차 중학교 교사 김모(28) 씨는 지난해 받은 캐리커처를 가장 뜻깊은 선물로 꼽는다. 박 씨는 “한 학생이 강의하는 내 모습을 캐리커처로 그려서 카드로 줬더라. 자주 볼 수 있도록 교무실 파티션에 붙여두고 처음 교사가 됐던 해의 초심을 되새긴다. 값비싼 선물은 받아본 적이 없어서 아쉬움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학창시절을 돌아봐도 특별히 선물 드리고 싶을만큼 감사한 분이 없다. 어려서 몰랐지만 부모님께 들어보면 촌지교사도 계셨다”며 “그렇게 오고가는 선물이 별 의미 없다는 걸 나부터가 잘 안다. 시대 흐름에 따라 교직사회도 적응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반면 변화의 큰 틀에 공감하면서도 상식적인 법 적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나왔다.

고등학교 교사 박모(28) 씨는 “많은 교사들은 학생들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준비한 작은 선물마저 돌려보내야 하는 상황들이 안타까울 뿐”이라며 “지난해는 ‘선생님, 이건 진짜 싼 건데 안 돼요?’ 물으며 내민 음료수도 고스란히 돌려보내느라 미안해 혼났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교 지침을 설명해주느라 교사들도 지쳤다”며 점차 현실성이 확대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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