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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며느리로, 딸로 살아낸 매 순간이 사랑이더라
MBC 휴먼다큐사랑 ‘엄마와 어머니’편
105세 시어머니 대소변 받아내며
당뇨 앓는 87세 친정엄마와 한집살이
‘꽃보다 예쁜 두 할머니’도 자매처럼
68세 딸의 삶 ‘진주같은 사랑’ 영글어


가정의 달인 5월이면 MBC ‘휴먼다큐 사랑’이 어김없이 찾아온다. ‘휴먼다큐 사랑’은 평소 바쁘게 사느라 잊었던 부모, 자식, 가족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올해는 ‘엄마와 어머니’편이 5월 7일 방송됐다. ‘휴먼다큐 사랑’의 열 세번째 사랑 이야기이자 올해 첫 번째 스토리인 ‘엄마와 어머니’편은 거동이 불편한 105세 시어머니와 당뇨로 고생 중인 87세 친정 어머니를 한 집에 모시며 사는 박영혜 씨(68)의 이야기를 담았다. 할머니 두 분을 지극정성으로 모시며 삶의 무게를 기꺼이 견디어내는 영혜 씨가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저런 게 사랑이구나” “나는 과연 저렇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경외감 마저 든다.


연출은 2006년 ‘휴먼다큐 사랑’의 ‘너는 내 운명’편과 2009년의 ‘풀빵엄마’로 긴 여운을 남긴 바 있는 유해진 PD가 맡았다.

박영혜 씨는 2001년 남편과 사별한 후 거동이 불편한 105세 시어머니 김말선 씨와 당뇨로 고생중인 87세 친정어머니 홍정임 씨를 14년째 모시고 있다. 2010년부터는 두 할머니의 건강을 고려해 공기 좋고 물 좋은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특별한 동거를 이어오고 있다. 세 사람이 함께 모여 살기 전, 시어머니를 모신 것까지 합치면 무려 45년간 며느리로 살고 있는 영혜 씨는 호랑이 시어머니의 한마디에도 벌벌 떨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시어머니의 식사는 물론 대소변까지 처리한다.

한 때 며느리 영혜 씨의 건강문제로 시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셔야 했던 때도 있었다. 시어머니가 곁에 없어 적적해하는 친정 엄마와 집에 오고 싶어하는 시어머니의 얼굴이 밟혀 금세 다시 집으로 모셔오기도 했다.

몸은 고달프지만 시어머니와 친정 엄마는 이제 영혜 씨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된다. 식당 일과 귤 농사를 지으며 두 할머니를 돌보기까지, 하루에 몸이 열 개여도 부족하지만 영혜 씨의 눈에는 꽃보다 예쁜 두 할머니다.

두 할머니의 우정도 ‘사돈지간’을 넘어섰다. 자매 같은 두 할머니다. 하지만 같이 살면서 갈등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친정 엄마의 제안으로 같이 살게 된 세 사람이지만, 매사에 깐깐한 시어머니와 정 많고 유순한 친정 엄마는 사사건건 부딪히기 일쑤였다. 하지만 식당 일이며 귤 농사에 바쁜 영혜 씨 대신 친정 엄마 정임 씨가 특기인 노래를 불러주며 사돈을 돌보는 일까지 척척 해내고 있다.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들 대신 서로의 자리를 채워주고 있는 두 할머니는 단순한 사돈관계를 넘어 서로 없어서는 안 되는 인생의 동반자다.

시어머니의 식사와 말동무를 책임지며 영혜 씨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친정 엄마가 조금씩 이상해졌다. 대화를 하다 엉뚱한 소리만 늘어 놓는다. 시어머니에 비해 잘 보살펴드리지 못했던 친정 엄마. 엄마와 하고 싶은 것도, 아직 하고 싶은 말도 너무 많은 영혜 씨는 병원에 가기 싫다는 친정 엄마를 겨우 설득해 치매 검사를 받는다.

또 미음마저 넘기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아진 시어머니는 급기야 숨이 넘어가듯 기침을 하고 산소호흡기를 낀 채 괴로워한다. 된장국과 미숫가루가 먹고 싶다는 시어머니의 사소한 부탁조차 들어줄 수 없는 며느리 영혜 씨의 마음이 타들어간다.

서로가 기댈 수 있는 나무이자, 보기만 해도 예쁜 꽃이었던 세 사람. 그 평범하고도 특별한 2년여 시간을 기록한 ‘엄마와 어머니’편 2부가 오는 14일 오후 11시 10분 방송된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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