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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드로 1년을 참았어요”…‘유커’가 돌아온다, 명동이 들썩인다
-서울 중구 명동 방문해보니 다시 활력 분위기
-중국 사드보복 해빙 분위기에 유커 차츰 증가
-3월 국내 유커 40만…작년 같은기간比 11.8%↑
-“지금 분위기면 단체 유커행렬도 이어질 듯”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환잉광린!”(어서 오세요), “칭만쩌우!”(살펴 가세요)

비가 쏟아지던 지난 2일 오후 9시 서울 중구 명동길을 걸어보니 가게마다 중국어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한 손에 2~3개의 쇼핑백을 든 중국인 관광객 유커들은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바삐 움직였다. 날씨가 흐릿한 평일이었지만, 몇몇 매장 앞은 계산을 기다리는 유커행렬이 꼬리를 물었다. 7박8일 일정으로 서울에 온 유커 왕위(34) 씨는 “민감한 문제를 풀려는 과정에서 양국 간 사이도 좋아지지 않았느냐”며 “작년에는 (한국에)오는 것부터 눈치를 봐야 했는데, 요즘은 다들 한국을 주요 휴가지로 둘 만큼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 관광이 자유롭지 않던 지난 1여년간 한국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해하는 친구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비가 오는 늦은 밤임에도 수많은 방문객이 서울 중구 명동길을 걷고 있다.

명동이 다시 활력을 찾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도입 보복으로 중국이 한한령(限韓令) 조치를 내린 이후 발길 끊은 ‘큰 손’ 유커들이 차츰 돌아오고 있어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한달간 우리나라 땅을 밟은 유커는 40만3000여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35만5000여명)보다 11.8% 증가했다. 한한령으로 뚝 떨어진 유커 수가 1년만에 40만명 선을 회복한 것이다.

실제 명동은 사드로 인한 한ㆍ중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지난해 3월과는 사뭇 달랐다. 지난 1일 명동 들머리인 눈스퀘어를 방문했을 때, 주변에서는 한국어보다 중국어가 훨씬 큰 소리로 들려왔다. ‘페이창 하오츠’(정말 맛있어요)라고 말하며 주변 노점을 둘러보는 유커들도 심심찮게 보였다. 각 점포가 궁여지책으로 만든 일본어와 태국어가 쓰인 안내판은 상당수 사라졌다. 지금은 중국어 안내판이 자리를 되찾은 상태였다. 

서울 중구 명동길에서 한 방문객이 쇼핑팩을 든 채 휴대폰을 보고 있다.
두 방문객이 서울 중구 명동 외국인관광객환대센터 안 직원에게 궁금한 점을 묻고 있다.

화장품 매장 관계자는 “작년에는 정말 힘들었는데, 올 초부터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며 “지금은 유커가 좋아하는 금, 달팽이 성분 제품을 앞으로 내세우는 등 공세를 펴는 중”이라고 했다. 한 노점상인은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매출이 150%는 올랐다”며 “주말이면 유커의 발걸음에 갖고 온 재료가 금새 동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중구도 명동의 부흥을 위해 팔을 걷었다. 시와 중구는 오는 5일까지 명동 밀리오레 앞에서 외국인관광객 환대센터를 설치ㆍ운영한다. 이 안에는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등을 하는 운영요원이 1명씩 근무한다. 이들은 통역과 길 안내, 관광 명소 소개, 홍보물 배부 등 일을 하며 관광객에게 편의를 제공중이다. 김재용 서울시 관광정책과장은 “환대가 최고의 관광 인프라”라며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듯, 이번 환대주간으로 서울 관광도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창수 명동외식협회 회장은 “지금의 갈등 해소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따로 움직이는 유커에 이어 곧 단체로 쇼핑하는 유커 행렬도 이어질 것”이라며 “침체기 끝에 오고 있는 기회인만큼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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